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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사회로 가는 길-릴레이 인터뷰] 전주성 이화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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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사회로 가는 길-릴레이 인터뷰] 전주성 이화여대 교수

입력
2007.02.19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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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살림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세수입은 시원치 않은데 씀씀이는 자꾸 늘어나 이대로 가다간 나라 전체가 빚더미에 앉을 지 모른다는 우려에서다.

현재 국가총생산(GDP)대비 30% 수준인 나라 빚이 2035년이면 43%에 달하고 2050년에는 GDP규모를 넘어선다는 조세연구원의 조사보고서까지 나왔다. 더구나 최근 들어 정부가 내놓은 각종 정책 중 상당부분은 재원에 대한 고려가 부족해 이대로 가다간 재정적자문제가 국가운용의 발목을 잡게 될 것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재정학자인 이화여대 전주성(50)교수는 “요즘 정책의 적합성이 가장부족한 분야가 재정이다. 정부가 하겠다고 나서는 정책들을 보면 우선 ‘그 많은 재원에 대한 대책은 있는가’ 라는 질문이 떠오른다”라며 “국고가 튼튼해야 나라가 발전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30년 고속성장의 배경에는 견실한 재정이 있었지만 향후 제대로 된 정책대안이 없으면 남미형 적자재정으로 가지 말란 법이 없다”며 “건전 재정이야말로 우리 경제의 미래를 보장하고 성장과 분배를 모두 향상시킬 가장 긴요한 기반”이라고 강조했다.

_우리나라의 재정상태를 어떻게 보십니까..

“우리 국고는 지금 튼튼하다고 할 수 없습니다. 일반회계가 적자상태에 들어간 지 3년 정도 되는데 이 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외환위기 이후 적자가 크게 늘었다고 하지만 성장률이 이자율보다 높은 상태에서 원리금을 상환할 수 있는 정도의 일시적 부채는 사실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현재 우리 국채의 수준 자체는 위험한 상태가 아니지만 진행되고 있는 상황으로 미루어 그 위험성이 높다는 겁니다. 특히 고령화와 저 출산 등에 따른 복지지출이 늘어나고 국방 및 통일비용의 증가로 재정수요는 계속 확대되고 있습니다. 부족한 세입기반에 비해 세출수요는 날이 갈수록 늘어나 구조적인 재정적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적신호입니다.

또한 외환위기 직후의 재정적자와는 달리 현 정부 들어서는 외국환평형채권, 즉 외환시장의 안정을 위해 발행된 채권을 중심으로 국가부채가 아주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데 이는 재정규율(재정의 효과적인 통제)의 문제입니다.

지난 10년 사이 각종 규제가 줄어들고 금융시장이 개방화, 국제화되면서 정책수단으로서의 재정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미국 행정부의 정책수단은 재정에 집중돼 있는데 우리나라 역시 조세와 복지가 날로 중요해지는 추세입니다. 정부가 쏟아내는 각종 지출정책과 야당의 감세안까지 가세한 포퓰리즘적 요소가 사라지지 않는다면 재정적자는 앞으로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_조세부담률이 낮아 세수확대 여지가 남아있다는 주장이 있지 않습니까.

“재정에 대한 잘못된 시각이나 정책에는 지금 여야가 없습니다. 우선 20%인 우리나라의 조세부담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7%보다 낮기 때문에 아직 세수 여력이 있다는 시각이 있습니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경우 아무리 노력해도 이 비율이 크게 늘어날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나라 30만개 법인기업 중 0.06%인 185개 기업이 법인세수의 60%를 내고 있습니다. 소득세나 부가가치세의 납세 집중도도 높습니다. 이처럼 과세베이스가 좁으면 세금을 내는 소수의 조세저항 역시 크다는 얘기가 됩니다.

개방화와 함께 세금을 회피할 수 있는 수단도 많아 졌습니다. 그래서 획기적인 조치 없이는 조세부담률을 2~3%포인트 끌어올리기가 무척 힘들 것입니다. 조세부담률을 27%까지 끌어 올린다고 하는 것은 현실을 전혀 모르는 소리이지요. 세수를 늘리기 위해서는 대대적인 세제개혁이 있어야 하고 그 핵심은 과세기반의 확대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세제개혁은 경제논리는 물론 정치논리도 포괄해야 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청사진을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부와 여당은 재원조달에 대한 실현 가능한 계획을 내놓지 않으면서 복지비전을 양산하고 있고 제1야당인 한나라당은 재정건전성 유지에 대한 복안 없이 세금인하를 얘기 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들어 정부는 제2의 균형발전 계획이라든가 군 복무제도 개편 등 정부재정과 밀접할 수밖에 없는 정책들을 잇달아 내놓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 정반대로, 세수기반을 강화하고 지출을 통제하는 일입니다. 지금 정부나 국제기구가 제시하는 개혁안보다 훨씬 창의적이고 개성 있는 복안이 필요합니다. 이런 특단의 노력 없는 세제개혁은 성공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잘못 꺼내면 자칫 정권의 약점으로 부각될 수도 있습니다. 다음정권 초반에 시작해도 중반은 돼야 완성될 수 있는 대사입니다.”

_공공부문의 개혁은 어떻게 보십니까.

“외환위기의 구조적 원인 중 상당부분이 정부주도형 경제운영방식과 관련이 있었습니다. 甄?성장초기에는 유용한 전략일 수 있지만 도덕적 해이와 함께 과잉투자를 몰고 와 자본의 효율성을 떨어뜨렸습니다. 따라서 정말 중요한 개혁 대상은 공공부문인데 외환위기 이후 가장 바뀌지 않은 부문이 바로 공공 쪽입니다.

공공부문의 개혁을 얘기할 때 세가지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공기업의 민영화와 정부의 생산성, 그리고 시장에서의 정부 역할입니다. 우 민영화의 경우 경쟁 촉진이 주 목적인데 민영화되는 공기업을 재벌들이 가져가면 또 다른 비효율을 낳는다는 비판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 정부 들어서 공기업의 민영화가 사실상 중단됐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도덕적 해이가 그 어느 때보다 심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최근 ‘신이 내린 직장’이란 비난까지 듣는 일부 공기업들은 구조조정 기업들을 합병해 오히려 몸집이 더 커지기도 했습니다. 정부혁신을 특히 강조한 현정부지만 공기업 개혁은 후퇴하고 행정부처 개혁은 지지부진한 상태입니다.

우리 상황에서 공기업을 무조건 민영화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민간시장의 장점인 투명성과 경쟁이 공공부문에 정착되는 노력 은 지속해야 합니다. 공기업 개혁은 단순한 경영감독 강화가 아니라 그 역할과 기능을 재평가해 근본적인 수술을 해야 합니다. 반면 전자정부, 성과주의, 총액예산배분 등 예산분배, 평가 및 운영방식을 효율적으로 바꾼 것은 정부 생산성 측면에서 큰 진전이라 할 수 있습니다.

끝으로 정부의 총체적 역할 측면에서 볼 때 경제환경변화에 부응하는 정책수단 개발이 미흡하고 복잡 다기해지는 정부 기능을 유기적으로 연계하는 조정기능이 크게 부족한 것이 눈에 띱니다. 정책능력의 향상과 결집이 많이 아쉬운 상황이지요.”

_각종 정부기구를 통해 정책방향에 대한 많은 의견을 제시하고 계시지요.

“현 정부 초기에 정권 핵심에 있는 분들에게 ‘앞의 두 정권에 비해 개혁의 정당성이 취약하다’고 했더니 불쾌해 하더군요. 문민정부 초창기에는 처음으로 등장한 문민이란 이름만으로 많이 눈감을 수 있었고 국민의 정부는 외환위기 극복이라는 정당성이 있었습니다만 현 정부에는 딱히 그런 것이 없다는 지적이었습니다.

따라서 ‘개혁의 정당성을 얻으려면 DJ정부의 신용카드 정책 등 이전의 정책실패를 적시해야 한다’고 조언했었지요. 하지만 당시에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고 넘어가더니 이제 와서 그것을 거론하고 있습니다.

정권초기에 했어야 할 일들을 지금 얘기하고 있는 것입니다. 상당수 정권이 말기에 들어서면서 실패한 개혁을 보상하기 위해 새로운 개혁을 시도할 유혹에 빠집니다. YS정부를 예로 들면 정권 말기로 들면서 의료개혁이나 사법개혁 등 거의 전 부문을 건드려 개혁에 저항하는 내성만 키웠고 정작 엄청난 위기가 오는 것은 제대로 대처하기 못했습니다.

이 정권 역시 최근 들어 내놓는 정책들이 갑자기 많아지고 있습니다. 개혁은 정치적 정당성이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에 정권말기에는 아무리 좋은 청사진도 실천하기 어렵습니다.

많은 위원회가 있습니다만 지금이야말로 종합 정리할 위원회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 엄청난 외환위기를 겪고도 정부의 제대로 된 자체 평가보고서 하나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남은 임기 중 진행된 개혁을 정리해 다음 정권에 넘겨줘 실천할 수 있게 한다면 이 역시 현 정권의 업적으로 역사에 남을 것입니다.”

_오는 대선을 앞두고 눈 여겨 봐야 할 후보들의 정책쟁점은 무엇이겠습니까.

“복지나 분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편협한 이념논쟁이나 성장과 분배에 대한 유치한 양분법을 넘어서는 논리가 필요합니다. 성장 잠재력과 분배여력을 함께 높일 수 있는 영역을 찾아 실현 가능한 정책을 내놓아야 합니다. 성장이 악화되면 분배가 왜곡되고 성장에 성공하면 빈곤이 줄어듭니다.

지난 수 년간 경제가 침체되니까 빈곤이 더 늘어난 사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최선의 빈곤 구제책은 성장입니다. 뻔한 백화점식 공약이 아니라 성장잠재력을 높일 결정적 분야, 즉 교육과 노동, 기업정책 등에 탄성을 지를만한 제안을 하는 후보가 누군지 눈 여겨 봐야 합니다.”

▲ 전주성은

미국 하버드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미 예일 대학교와 NBER(전미경제연구소) 교수를 거쳐 현재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로 있으며 현재 한국재정학회장직을 맡고 있다.

한국일보의 시론 집필(2000)등 칼럼니스트로도 잘 알려져 있으며 국민경제자문위원, 세제발전심의위원, 산업발전심의의원, 예산자문위원 등 정부 자문활동도 활발하다.

요즘은 미국의 스티글리츠 교수가 주도하는 정책팀과 함께 ‘비 선진국의 입장에서 본 재정개혁 처방’에 대해 연구 중이다. 미국에서 학위를 받고 미국의 대학교수를 거쳐 미국주도의 국제기구에서 일을 했으나 그는 미국식 개혁과 우리의 처방은 다르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외환위기 때에는 국제통화기금(IMF)의 방문교수로 있으면서도 IMF식 개혁에 많은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새로운 경제환경 하의 성장패러다임과 개방환경과 정치경제적 측면을 고려한 재정개혁 등 최근의 연구내용들은 올해 일련의 책으로 발간될 예정이다. .

1957 강원 정선생.

서울대 경제학과, 미국 Harvard대 경제학박사.

1988 미국 Yale대 조교수, NBER 교수연구위원.

1994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1997 IMF 방문교수.

2002 미 캘리포니아대, NBER 방문교수.

2006 한국재정학회 회장. 홍조근정훈장.

현재 국민경제자문위원, 재경부 세제발전심의위원, 기획예산처 재정정책자문위원, 산자부 산업발전심의위원.

저서 및 논문

<한국의 조세정책: 성장을 위한 선택> <한국경제 패러다임> <조세정책과 다국적기업투자> <스미스: 경제적 자유와 시장중심의 개혁> <글로벌경제의 외국인투자 정책(공저)> 등 다수

다음주는 '선진사회로 가는 길'을 공동기획하고 있는 선진화포럼의 토론회 '국제경쟁력 강화, 지금부터 시작이다'로 이어갑니다. 27일(화) 오전 7시부터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리는 이 토론회 내용은 28일자에 소개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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