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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2·13 합의, 변형된 양자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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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2·13 합의, 변형된 양자해법

입력
2007.02.19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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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정을 앞두고 베이징으로부터 날아온 6자회담 타결의 낭보는 그동안 북핵 문제로 야기된 남북 긴장의 완화에 촉매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나 그에 못지않은 부담도 따를 것으로 보인다.

2ㆍ13 합의의 요체는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동결ㆍ폐기하는 전제로 보상 차원에서 에너지 지원 등을 한다는 것인 바, 바로 이런 연유로 일부에서는 1994년의 제네바 핵합의 상태로 되돌아갔다고 비판적인 시각도 제기된다.

기실 형식과 내용 면에서 양자가 본질적으로는 상당한 유사성과 함께 차별화된 접근법을 동시에 보이고 있다. 즉 '핵활동 중단에 대한 보상'이라는 기본구도는 같으나 회담 형식에 관한 차이는 부인할 수 없다.

제네바 합의가 미ㆍ북 양자회담에 다자해법(KEDOㆍ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 국제컨소시엄)을 추구했다면 이번의 2ㆍ13 합의는 다자(6자)회담에 양자해법을 도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UN 등의 다자해법 추구에서 다시 양자해법으로 회귀한 형국이다.

특히 2ㆍ13 합의는 6자회담 타결의 형식을 띠고 있으나 내용적으로는 회담 직전 북ㆍ미 양자접촉 등을 통해 사전 절충으로 합의의 대강을 마련하였고 이는 그대로 2ㆍ13 6자합의에 반영되었다. 이런 배경은 이번 합의문의 주요 키워드를 통해서도 확인되고 있다.

우선 다소 생경한 '불능화'(disabling) 조치라는 말이 나오는데 이는 부시 행정부가 그동안 줄기차게 주장해온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핵프로그램 해체'(CVID)를 지칭하는 말이다. 북한은 그동안 미국의 CVID라는 용어 사용에 대해 "패전국에나 강요하는 굴욕적인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해왔다.

또 하나는 이번 합의가 제네바 합의와 달리 최초 선적분 중유 5만톤을 제외하고 나머지 95만톤에 대해서는 '경제ㆍ인도적'지원 등 중유가 아닌 상응하는 다른 물자로도 지원할 수 있도록 융통성을 부여한 것이다.

이는 미 행정부가 제네바 합의에 따라 연간 50만톤의 대북 중유 지원을 시행하면서 의회의 예산감축 조치 등으로 곤혹스런 지경에 처한 경험에 비추어 미국의 입장이 반영된 것이다.

북한측 또한 한국전쟁 이래 미국이 시행해오고 있는 적성국교역법(TWEA)을 배제해 달라는 주문과 함께 미 국무부의 테러지원국 지정을 해제해 줄 것을 요청한 바 합의문 2조 3항에 관련 문구가 들어가게 되었다. 적성국교역법 적용 문제와 테러지원국 해제 문제는 북한이 미국에 시종일관 주장하고 있는 '대북 적대시 정책'철회의 핵심 사안이라고 할 수 있다.

요컨대 이번 2ㆍ13 합의는 알려진 대로 한국과 중국의 중재적 노력에 힘입은 바 크지만 결국 핵심적인 쟁점사안의 타결은 북한과 미국간에 상호 주고받기 식의 타협을 통해 접점을 찾은 데서 비롯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한국은 본의 아니게 많은 비용을 떠안을까 걱정된다. 합의문에는 중유 분담에 대해서만 언급돼 있으나 한국은 이외에도 200만kw 송전 비용, 경수로 지원 비용에 각종 인도적 지원까지 10조원대 이상의 대북지원이 예상되는 바 이는 후속 회담에서 반드시 재협의되어야 할 사안이다.

국제사회 다수의 국가가 핵 비확산 차원에서 대북지원에 참여하고 또 참여를 권장받는 것은 탈냉전 이후 지구촌 평화와 안전을 위한 일정한 몫의 평화분담금(peace dividend)을 갹출하는 데 참여하는 것으로 의미 있는 일이다. 그러나 어느 한 나라의 과중한 부담은 지양되어야 마땅하다.

김경수 명지대 교수ㆍ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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