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17일 “참여정부 때문에 진보진영이 망하게 생겼다고 원망한다면 그것은 지나친 얘기”라고 비판하자 진보진영이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노 대통령이 진보진영을 본격 비판한 것은 처음이다.
노 대통령은 청와대 브리핑에 기고한 ‘대한민국 진보, 달라져야 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진보의 가치를 실현하는 데 필요하다면 신자유주의자의 입에서 나온 것이든, 누구의 입에서 나온 것이든 채택할 수 있는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며 “우리나라가 진보진영만 사는 나라냐”고 반문했다. 최근 최장집 고려대 교수 등 일부 진보학자들이 참여정부를 비판한 데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노 대통령은 이어 “진보진영은 대외개방을 할 때마다 ‘나라가 무너질 것’이라고 걱정했으나 우리 경제는 모든 개방에 성공적으로 대응하면서 발전을 계속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또 “다음 선거에서 민주 혹은 진보진영이 성공하고 안 하고는 스스로의 문제이고, 국민의 선택에 달려 있으며, 저에게 다음 정권에 대한 책임까지 지우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다”고 공박했다.
이에 대해 박용진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19일 “대통령 인식에 우려를 금치 못한다”며 “국민의 의사 수렴 없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하는 등 일방적으로 나라 일을 끌고 가는 것은 진보진영이 아닌 대통령”이라고 비판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간담회를 자청, “교조적 진보의 틀에서 벗어나 유연해져야 한다는 뜻”이라고 해명했다.
이동국 기자 ea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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