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시설 불용화가 골자인 2ㆍ13합의에 대한 북한의 초기조치 이행은 비핵화를 위한 1차 관문이다. 이번 6자 회담 과정과 조선중앙통신 등 관영매체를 통해 드러난 핵심쟁점에 대한 북측 입장을 통해 합의내용의 성실 이행여부를 가늠해 볼 수 있다.
북측의 불용화 개념해석과 이행 가능성은
우리를 비롯한 5자 당사국이 해시설 재가동을 다시 못하게 만드는 것으로 해석하는 가운데 조선중앙통신이 합의 당일 ‘핵 시설 임시 가동중지’로 표현해 북측의 이행의지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하지만 북측의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남북 접촉에서 우리측 수석대표인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에게 “황소를 거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비유적 표현이지만 우리측이 핵 시설의 핵심부품을 제거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는 것과 차이가 없다.
미국 내 대북 전문가인 박한식 조지아대 교수도 “북측이 임시 가동중지로 표현한 것은 군부를 의식한 내부용 발표일 것”이라며 “북측은 폐쇄 쪽에 무게 중심을 두면서 미국의 대북 적대시정책 변화양상을 보면서 불능화 단계로 넘어갈 지 여부를 저울질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측은 고농축 우라늄(HEU) 개발프로그램을 신고할까.
미국은 원심분리기 등 시설을 보유하며 북측이 핵실험이 필요 없는 우라늄(HEU)탄 개발을 은밀히 진행하고 있는 것을 기정사실로 여기고 있지만, HEU 개발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게 북측의 일관된 입장이었다.
그런데 최근 북측이 미묘한 태도변화를 보였다. 김 부상은 6자회담에서 “우리측은 특별히 그런 프로그램을 갖고 있지 않지만, 거기에 대한 의혹을 다 규명하겠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핵화 실무협의에서 이 문제를 논의할 수 있고 증거를 제시하면 해명하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천 본부장도 “합의문중 핵 프로그램 신고 내용에 HEU 프로그램이 구체적으로 언급돼 있지 않지만, 플루토늄 신고와 병행하는 걸로 (북측과) 양해가 돼 있다”고 말했다.
북측이 핵무기 폐기 논의를 반대했나.
이번 회담에서 구체적으로 논의되지 않았을 뿐 2ㆍ13 합의는 핵무기 폐기를 전제로 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2ㆍ13 합의 2조5항에는 참가국들은 9ㆍ19 공동성명의 1조와 3조를 상기(想起)하면서 북측의 초기단계에 대해 중유 5만톤 상당 에너지를 제공한다고 돼 있다. 공동성명 1조는 모든 핵무기 및 현존하는 핵 계획을 포기하는 북측의 공약이 골자다.
북측도 이번회담에서 ‘핵무기’폐기 전제 하에서 초기조치 이행이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공유한 셈이다.
정진황 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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