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의 진보 혹은 보수적 입장을 아우르고 극복하려는 중도적 혹은 대안적 논의가 최근 학계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대표적 진보학자인 최장집 교수(고려대)와 손호철 교수(서강대)는 “올해 대선에서 한나라당이 집권할 경우 민주주의가 퇴보한다는 주장은 기우일 뿐”이라며 ‘보수세력 집권 수용론’을 최근 제기했다. 최 교수는 “보수와 진보 중 더 많은 지지를 받는 쪽이 집권하는 게 정당민주주의의 기본”이라며 “정당끼리 경쟁하고 갈등하고 타협하는 과정 속에서 민주화는 진척된다”고 주장했다.
손 교수는 “대선 구도를 진보-보수가 아니라 신자유주의에 대한 지지 여부를 중심으로 갈라야 한다”며 “범여권이 계속 신자유주의를 옹호한다면 한나라당과 다를 바 없다”고 단언한다.
서로 다른 맥락에서 나왔지만 ‘보수집권 수용론’은 반(反)보수로 일관해온 진보학계 입장에서 볼 때 상당한 중도적 유연성을 갖추고 있다.
한국 현실에 맞는 ‘제3의 길’을 찾으려는 움직임도 부쩍 늘었다. 임혁백(고려대) 김형기(경북대) 김호기(연세대) 등 중도 성향 교수들이 모인 ‘좋은정책포럼’은 신자유주의나 스웨덴 방식의 사회민주주의가 아닌 대안적 사회모델을 구상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형기 교수는 “민생을 개선시키지 못한 참여정부는 물론이고 실현 가능성 없는 정책을 고집하는 진보 정치세력도 비판 대상”이라며 “구체적 대안을 통해 지속가능한 진보를 모색하는 싱크탱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장집 교수가 상임고문으로 참여한 ‘코리아연구원’은 30, 40대의 소장 학자가 주축을 이룬다. 미국의 대표적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를 모델로 삼고 외교ㆍ경제 등 다방면에 걸쳐 현안 분석과 대안 마련에 나서고 있다.
박종혁 연구위원(진주산업대 교수)은 “현재의 틀 안에서는 투자 부진과 양극화 문제를 해소할 수 없다”며 “개발성장주의라는 낡은 패러다임을 버리고 탈산업ㆍ지식정보화 사회에 걸맞은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해구 성공회대 교수는 “중도 혹은 대안적 논의의 개념이 다소 모호하지만 이념보다는, 합리적이고 실천 가능한 방법을 찾기 위한 노력이 더욱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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