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5일 세르게이 이바노프 부총리 겸 국방장관을 제1 부총리로 승진시키고, 후임 국방장관에 아나톨리 세르듀코프 국세청장을 임명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TV 방송을 통해 “이바노프 부총리가 지난해 기록적인 60억 달러의 군수물자 수출을 달성하는 등 국방장관 업무를 훌륭히 수행했다”면서 “앞으로는 민간경제를 조율하는 일도 함께 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의 내각 개편은 측근 정치 강화의 의미를 넘어 내년 3월의 대선을 고려한 심모원려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영국 BBC 등 외신들은 푸틴 대통령이 자신의 후계자로 지목되고 있는 핵심측근 이바노프와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제1부총리를 동등한 조건에서 본격적으로 경쟁하도록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메드베데프의 거취를 언급치 않음으로써 러시아 제1부총리는 2명인 상황이 됐다.
이바노프는 푸틴 대통령의 판박이다. 고향이 상트 페테르부르크로 같으며 1977년 KGB 첩보학교를 거쳐 해외정보분야 업무를 담당하면서 푸틴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 보다 실용적이라고 평가 받는 메드베데프는 푸틴 대통령의 선거본부장을 거쳐 2000년 크렘린 행정실장을 지내고 2001년부터 러시아 최대 에너지기업인 가즈프롬의 이사회장을 겸임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면서 국민들로부터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때문에 푸틴 대통령이 헌법을 개정해 3선 연임에 나서지 않고 ‘킹메이커’로 남는다면 그가 지명하는 후보가 대선에서 당선될 공산이 크다. 푸틴 대통령은 최근 무리하게 3선에 도전할 뜻이 없음을 잇달아 시사해왔다.
권혁범 기자 hb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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