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괴산에서 미선나무동산을 가꾼 50대가 41년 만에 중학교를 졸업했다.
주인공은 16일 괴산중을 졸업한 김병준(57ㆍ운천농원 대표)씨. 그는 한국전쟁에 참전해 심한 부상을 당한 뒤 병석에 누워있던 아버지가 숨지고 가정 형편이 크게 기울자 졸업을 몇 달 앞두고 학업을 포기했다. 돈을 벌기 위해 무작정 상경해 기계 제작소 점원, 배달원 등 10여 년 동안 온갖 궂은 일을 한 끝에 돈을 모아 나이트클럽을 운영하며 남산청년회의소 회장도 맡는 등 나름대로 자수성가했다.
서울에서 터전을 잡았던 그는 아버지의 산소를 갔다 우연히 발견한 미선나무를 보고 흠뻑 빠져 도시 생활을 청산하고 1989년 귀향, 미선나무 가꾸기에 나섰다. 세계 유일의 1속1종으로 자생 군락지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될 정도로 희귀종인 미선나무를 번식시키는 일은 쉽지 않아 실패를 반복했다. 10여년 간 연구 끝에 2000년 꺾꽂이 번식에 성공, 8그루에 불과했던 미선나무를 18만 그루로 늘려 주위로부터 ‘미선나무 박사’로 불리고 있다.
그는 지난해 괴산군 의원에 출마해 낙선한 뒤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 보며 평생 한으로 남아있는 공부를 다시 시작하겠다고 결심, 지난해 8월 3학년으로 편입, 이날 41년만에 졸업의 영광을 안았다. “41년 인생의 여정을 돌아서야 중학교를 졸업하게 됐다”는 그는 “늦은 나이의 학교 생활을 도와 준 선생님들에게 감사한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한덕동 기자 ddha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