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잘츠부르크가 110점 만점에 87점으로 1위, 평창과 소치는 76점으로 공동 2위”(2006년 10월 올림픽 전문매체인 ‘어라운드 더링스’의 평가)
● “1위는 65.35점의 잘츠부르크, 2위는 62.98점의 소치, 3위는 62.01점의 평창”(올해 1월9일 올림픽 전문 사이트 ‘게임비즈닷컴’의 평가)
● “2014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는 평창과 소치의 2파전”(지난 1일 IOC 고위관계자의 말을 인용한 AFP의 보도)
● “평창의 프레젠테이션은 수준이 높았다.”(14일 김진선 강원 도지사가 전한 IOC 평가위원들의 말)
‘과연 할 수 있을까’라는 분위기가 서서히 ‘해볼만하다’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2014년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벌이고 있는 평창(한국), 소치(러시아), 잘츠부르크(오스트리아)의 불꽃 튀는 3파전. 가장 먼저 IOC 평가단의 실사(2월14~17일)를 받고 있는 평창의 최근 페이스는 레이스 내내 뒤에 쳐져 있다가 결승선에선 어김없이 역전 드라마를 펼쳐냈던 한국 쇼트트랙과 닮았다.
●북한의 지지로 탄력 받는 평창
김진선 강원도지사는 지난해 12월 북한을 방문해 문재덕 조선올림픽위원회위원장의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지지’ 서명을 이끌어냈다. 그리고 이 합의문을 IOC에 제출했다. 북한의 핵실험으로 인한 국제사회의 안보 우려를 ‘한 방’에 날려 버린 것. 지난 13일 베이징 6자회담의 타결도 평창으로선 더할 나위 없는 ‘호재’다.
북핵 등의 남북문제가 지난 2010년 대회 유치때의 최대 약점이었다면 오히려 이번에는 ‘스포츠를 통한 세계 평화 구현’이라는 IOC 이념에 들어맞고 있는 셈. 평창은 이 부분을 다른 도시와의 차별화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 외 모든 경기장을 평창으로부터 30분 이내 거리에 집중 배치한 점도 평창의 강점으로 꼽힌다.
●발로 뛰는 푸틴 대통령의 지원-소치
러시아는 인구 34만명 규모의 휴양도시 소치의 동계올림픽 유치를 국가적 아젠다로 설정하고 정부 차원의 대대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지난 1월 약 12조원의 예산을 승인해 올림픽 관련시설과 숙박시설 입찰에 들어갔다.
특히 푸틴 대통령은 개최지를 결정하는 7월 과테말라 IOC 총회에 직접 참석해 막판 ‘표심 잡기’에 나설 전망. 다만 리조트 등 일부 휴양시설을 제외하고는 기본 시설이 턱없이 부족한 점,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춘 점이 오히려 경기장 건설로 인한 환경 파괴의 우려 때문에 국제 환경단체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는 점, 푸틴 체제의 인권 문제에 대해 서방 IOC 위원들의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는 것이 약점이다.
●사실상 탈락 분위기-잘츠부르크
지난 64년과 76년 두 차례 동계올림픽을 개최한 경험이 있는 잘츠부르크는 스키장과 도로 인프라 등 우수한 기반 시설을 갖춘 것이 최대 강점이다. 때문에 지난 2010년 유치경쟁 때도 중간평가에서 항상 1위를 달렸고, 이번에도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아왔지만 사실상 경쟁에서 탈락한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잘츠부르크는 지난 1월 페도르 라트만 유치위원장이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사퇴했다. 지난해 3월에도 토니 슈티 위원장이 사퇴한 전력이 있어 유치경쟁에서 연거푸 ‘치명타’를 입은 셈. 재정적인 문제에 부딪혀 내부 분열 조짐이 보인다는 외신 보도도 심심치 않게 흘러나오고 있다. 또한 2018년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나서는 유럽의 여러 국가들이 유럽 이외 지역을 지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준규 기자 manbok@hk.co.kr
■ 스카장에 간 평가단 "시설에 의문 없어"
3,500여명이 한 목소리로 외쳤다. “예스, 평창!”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평가단도 깜짝 놀랐을 게 분명하다. 15일 오전 9시 현지 실사 이틀째를 맞아 경기장과 선수촌 등 시설을 둘러보기 위해 용평리조트를 출발한 IOC 평가단. 이들이 탄 버스가 진부 톨게이트를 빠져 나가자 길게 늘어선 인파가 기다리고 있었다. IOC 회원들의 국기와 오륜기를 들고 환영 나온 3,500여명의 진부 주민들이었다.
IOC 평가단은 이날 오후 2시 용평스키장의 최상급 슬로프인 ‘레인보우’에 마련된 프레젠테이션장으로 이동했다. 98년 나가노,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에 알파인 스키 선수로 참가했던 변종문(송호대학 교수) 선수위원의 유창한 영어 설명이 끝나자 슬로프 상단에 대기하고 있던 스키어들이 보랏빛 폭죽을 터뜨리면서 빠른 속도로 내려오기 시작했다. 동시에 영어로 ‘웰컴 투 평창(Welcome To PyeongChang)’이라고 쓴 플래카드를 든 3명의 스노보더들도 슬로프를 누비며 내려왔다.
이어진 영상물 프레젠테이션까지 관람한 평가단들은 슬로프의 경사와 규모, 관중석 설치 여부에 대한 간단한 질문을 했으나 “국제대회가 수 차례 열린 곳이기 때문에 시설면에선 더 이상 의문점이 없다”며 경기장 시설에 대해 만족스런 반응을 보였다. 김진선 강원도지사는 “지난 2010년 유치 때와는 달리 거의 지적사항이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평가단은 ‘드림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청소년들이 스키를 즐기는 모습을 지켜봤다.‘드림 프로그램’은 기후 때문에 겨울 스포츠를 즐길 수 없는 아프리카, 중남미 국가의 청소년들을 초청해 동계 스포츠를 체험토록 하는 프로그램. 2010년 동계올림픽 유치 활동 과정에서 강원도가 IOC에 약속 했던 것으로 2004년부터 매년 실시하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지금까지 총 35개국의 471명이 참가했다.
스키장에서 ‘드림 프로그램’에 참가한 아르헨티나 청소년들을 만난 아르헨티나 출신의 호세 루이스 마르코 IOC 평가단의 법률담당 위원은 “참가한 청소년들이 정말로 행복해 하고 있다”며 기뻐했다. 마르코 위원은 평창에 대해서는 “노 코멘트”라고 대답했으나 “어제 저녁 아르헨티나의 집에 전화해보니 그곳은 섭씨 31도로 굉장히 덥다고 하더라. 반면 평창은 날씨가 아주 춥다”며 우회적으로 동계올림픽 개최 장소로 적합하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IOC 평가단은 이날 오후 8시 용평리조트 그린피아 그랜드볼룸에서 한명숙 국무총리와 김명곤 문화관광부 장관, 이건희(삼성그룹 회장) 박용성(전 두산그룹 회장) IOC 위원 등이 주최한 공식 환영 만찬에 참석했다. 한 총리는 환영사에서 "한국 정부가 동계올림픽을 제1의 국가적 어젠다로 정해 유치를 위한 노력을 전개 중이며, 평창동계올림픽에 대한 한국 정부의 지원이 확고하다"고 강조했다.
평창=한준규기자 manbok@hk.co.kr
■ 뜨거운 주민열기
“2014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기원하는 주민들의 정성이 너무나 감동적입니다.”
주민들의 정성어린 준비와 동양식 환영행사가 대부분 서양인인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조사평가단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주고 있다. 주 개최지인 강원 평창은 물론, 강릉ㆍ정선 주민들은 13~17일 각종 이벤트를 통해 유치열기를 전달하는 등 동계올림픽 유치에 가장 큰 동력원이 되고 있다.
◇평창
평가단이 도착한 13일 평창 주민 2,000여명은 횡계IC∼용평리조트 4.5㎞ 구간에서 8,000여개의 청사초롱과 플래카드를 내걸고 IOC기, 엠블럼기, 방문단 국기 등을 흔들며 대대적인 환영행사를 펼쳤다. 17일 환송식에서도 군민 7,000여명이 참가해 도암면 송천교 앞부터 2.7㎞ 구간에 걸쳐 유치기원 인간띠를 만들 계획이다.
택시와 버스 등은 ‘New Dream@PyeongChang’이 새겨진 홍보물을 부착했으며 대관령 로터리 주변 상가들은 간판을 눈사람을 형상화한 캐릭터 간판으로 모두 교체했다.
실사단이 지나는 횡계우회도로변에는 주민들이 만든 ‘2014년 과테말라에서 만나요’ 등 각종 현수막이 선보여 환영 열기를 더했다. 영동고속도로 용평면 장평리와 이목정리와 횡계우회도로에는 수십개의 환영 애드벌룬이 띄워졌다.
◇정선
정선주민들도 15일 평가단을 맞아 구슬땀을 흘렸다. 고한초교 스키부 등 주민환영단은 동계올림픽 유치를 희망하는 현수막 등을 들고 IOC평가단을 맞았다.
정선읍을 비롯한 도로변에 오색풍선 2,014개와 수 십여개의 트라이폴 배너를 설치해 실사단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주었다. 군민들은 동계올림픽 유치 기원 전 군민 사인벨트 서명운동을 전개해 56개 단체에서 66개의 사인벨트를 제작했다. 사인벨트는 실사단 이동코스에 내걸렸다.
◇강릉
16일 실사단을 맞는 강릉시민들은 3만여명이 참여하는 대대적인 환영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어업인들도 100여척의 어선을 이용해 경포대 인공폭포 앞 해상에서 유치기원 퍼레이드를 펼친다. 한겨울도 잊은 채 시가지를 생화(生花)로 단장했다. 영하 15도까지 버텨내는 흰색과 보라, 노랑, 자주 4색의 신품종 겨울팬지 25만 포기가 영동고속도로 강릉 나들목, 강릉시청 앞을 비롯 강릉도심 1.2㎞ 구간에 심어졌다.
실사단이 강릉시를 떠날 때까지 10개팀의 농악대가 곳곳에서 흥을 돋우고, 가야금 대금 연주, 관노가면극·학산오독떼기·화관무 공연, 다도 체험 등 자연스럽게 우리의 전통문화를 관람·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시민들은 청정 도시의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해 13일 범 시민 대청소를 실시했으며 실사 당일인 16일에도 최종 환경정비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평창=곽영승기자 yskwa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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