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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순 칼럼] 한국인-잠재적 인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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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순 칼럼] 한국인-잠재적 인간형

입력
2007.02.15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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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의 한국인들이 어떤 사람인가를 알려 주는 말을 한국인 자신들의 입을 통해 자주 듣게 된다. 먼저, 한국인들은 잠재적 투기꾼이다.

정운찬 전 서울대총장은 경제학회장직을 퇴임하면서 "노무현정부 4년을 거치면서 우리 국민 대부분이 잠재적 투기꾼이자 투기광풍의 피해자가 됐다"고 비판했다.

그의 연설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부동산 정책과 교육정책에 관한 것인데, 부동산정책의 경우 절박성만을 강조한 나머지 시장논리를 무시했다는 것이다.

정책의 부작용으로 인해 국민 모두가 투기를 생각하게 됐고 투기대열에 끼지 못하면 이 사회에서 탈락하는 것으로 생각하게 만들었다는 뜻인 것 같다.

● 잠재적 투기꾼ㆍ실업자ㆍ자살자

두번째로, 한국인들 중에는 잠재적 실업자나 잠재적 자살자들이 많다. 우리의 실업문제와 자살이 얼마나 심각한지는 누구나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자살의 경우 한국인의 사망원인 중 네번째로 꼽힐 만큼 비율이 높아졌다. 최근 10년간의 자살자가 동두천시 인구(8만여명)와 맞먹는다는 통계도 있다.

최근 잇따라 발생한 여성 연예인들의 자살은 잠재적 자살기도자들이 많다는 점을 알게 해 준다. 경기 침체의 여파로 잠재적 극빈층, 이른바 차상위 빈곤층도 점차 늘어나고 양극화가 심해졌다.

또 한국 남성들은 잠재적 성매매자들이다. 지난해말 여성가족부는 송년회에서 성매매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남성에게 회식비를 지원하는 이벤트를 마련했다가 모든 남성을 잠재적 성매매자로 매도한다는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정치쪽으로 눈을 돌리면, 그저께 전당대회를 한 열린우리당은 잠재적 탈당파를 달래고 당내 의견 통합을 시도하면서 잠재적 통합파트너이자 경쟁상대인 민주당에 추파를 보내고 있다.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전당대회의 의미는 그런 것이다. 100년 정당을 기약하며 기세 좋게 출발했던 정당이 3년여 만에 스스로 자기를 부정하고 해체하는 모습은 정말 희극적이었다.

잠재적이라는 단어의 사전적 정의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고 숨은 상태로 존재하는 것을 말한다. 잠재적인 것의 특성은 불안정성 불가측성 임시성 잠복성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모방성 맹목성의 요소까지 있다. 어느 경우에 쓰이든 이 말에는 바람직하지 못한 부정적 이미지가 들어 있다.

한국인들은 왜 이렇게 안정돼 있지 못하고 한국사회는 왜 이렇게 앞날을 예측하기 어려운가. 한국인들의 삶은 어찌 보면 임시직의 삶인 것 같다.

지향할 바 목표를 상실한 채 각종 갈등과 대립 속에 침몰하다 보면 장기적인 설계가 어려워진다. 노무현 행정부 4년 동안 별로 나아진 게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데서도 요즘 한국인들의 어려움과 일반적인 정서를 알 수 있다.

개인의 잠재적 역량을 키우도록 돕고 각종 시스템을 통해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공정한 게임의 룰을 지키는 것이 우리에게는 아직도 어려운 일인 것 같다.

아울러 각 분야의 전문가를 존중하고 우대하는 풍토를 정착시켜야 정당한 권위가 확립될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잠재적 인간형증후군과 같은 문제점이 해소되지 않는다.

● 갈등은 줄이고 경기는 살리고

최근 국회의원직을 사퇴한 정덕구 전 산자부장관은 경제 전문가로서 당리당략과 정치적 이익에 매달리지 않고 소신껏 의견을 말해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정치적 색깔을 입혀 해석한다고 열린우리당과 정부를 비판했다.

그도 부동산대책의 문제를 지적하고, 앞으로 대선이 시작되면 전문가의 목소리는 더욱 작아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대선 국면이 아닌 평소에도 전문가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분위기는 아직도 조성돼 있지 않다.

최근 내한한 프랑스의 미래학자 자크 아탈리는 인구문제, 대외 개방, 저출산문제를 해결한다면 한국은 여전히 아시아의 잠재적 리더라고 말했다.

그런 문제를 해결해봤자 현재적 리더도 아니고 겨우 잠재적 리더가 될 것이라니 한심한 일이지만, 어쨌든 그렇게라도 됐으면 좋겠다. 여러 문제의 해결을 통해 경기의 선순환이 이루어지도록 해 점차 늘어나는 잠재적 생활포기자들을 구하는 게 급하다.

임철순 주필 yc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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