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런타인 데이(2월14일)에서 화이트 데이(3월14일)까지.’
열린우리당 문희상 전 의장이 2ㆍ14 전당대회 직후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의 제목이다. 그는 “의원들이 탈당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도록 한 달 안에 가시적인 성과와 대통합신당의 청사진이 나와야 한다”고 했다.
그의 언급대로 2ㆍ14 전대는 우리당에게는 또 다른 위기의 시작이다.
새 지도부 선출과 대통합신당 추진 방침이 만장일치로 결의됐지만 신당 작업이 지지부진할 경우 탈당 러시가 재연될 것이란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리고 앞으로 한 달이 고비가 될 것이란 점에도 암묵적인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이를 의식한 듯 정세균 의장은 15일에도 “신당 추진 작업에 속도를 내겠다”고 거듭 강조했고, 김성곤 최고위원은 “탈당의 불은 꺼졌으니 대통합신당 추진에 당력을 집중하자”고 말했다.
하지만 현실은 녹녹치 않다. 정치권 안팎의 제 세력이 우리당의 신당 추진 작업에 얼마나 눈길을 보낼지부터가 미지수다. 당장 탈당파에선 “우리당 중심주의에 불과하다”는 비난이 나왔다.
벌써부터 충청ㆍ호남권 일부 의원의 설 연휴 직후 탈당설이 나돈다. 임종석, 정장선 의원 등 재선그룹도 민주당 지역구 의원들과의 논의 진전에 따라 언제든 탈당할 수 있다고 공언한 상태다.
탈 계파 선언에도 불구하고 당내 영향력이 여전한 정동영 전 의장은 탈당 임박설을 부인하면서도 “우리당이 대통합신당으로 가는 데 있어 나의 역할은 14일로 끝났다”며 여지를 남겼다.
김근태 전 의장은 당분간 대선행보를 자제하고 외부인사와의 접촉에 매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당내 총의가 모아지지 않을 경우 탈당을 포함한 독자행보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여기에 노무현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 신당의 방향과 추진방법 등을 둘러싼 신당파 중도파 친노세력 사이의 이견 해소도 쉽지 않은 과제다.
결국 당장이야 대규모 탈당 가능성이 상당히 줄었지만 한 달 이내에 신당 추진을 위한 외부세력과의 정례적인 논의 테이블 마련 등 최소한의 진척조차 보이지 못할 경우 우리당은 사실상 와해 수순에 접어들 개연성이 높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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