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절대 놓쳐서는 안 되는 블루오션입니다. 우리나라를 먹여 살릴 수도 있습니다. 해양보전과 개발을 적절히 조화시키면서 2016년까지 세계5대 해양강국(G-5ㆍGlobal Ocean5)으로 반드시 도약시키겠습니다.”
올해로 출범 11년을 맞은 해양수산부의 김성진(59) 장관이 15일 장관실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가졌다. 김 장관은 해양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해양수산부의 출범은 아주 잘한 정책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부산 북항 재개발과 신항 육성, 여수 해양엑스포 유치 등을 통해 바다정책을 제대로 펼치겠다”며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_부산 북항 재개발 방식을 상업시설 위주의 ‘두바이’식으로 할 것인지, 아니면 친수공간을 강조한 ‘시드니’식으로 할 것인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최근 일본 요코하마(橫濱), 도쿄(東京) 일대의 항만재개발 현장 등을 둘러봤습니다. 일본이 시민들을 위해 친수공간을 많이 만들었는데도 흡족해 하지 못했습니다. 북항은 항만 재개발의 첫 사업입니다. 2020년까지 무려 10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재원이 투입되는 대역사(大役事)입니다. 앞으로 7,8개 항만도 개발될 예정이지요. ‘이왕 (재개발을) 할 바에야 시민들의 마음에 들게 친수공간을 좀 더 만드는 게 좋지 않냐’는 대통령의 말씀이 있으셨는데, 개인적인 바람도 그렇습니다. 시민들이 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친수공간과 상업시설이 잘 조화된 아름다운 항만을 만들어 선물하겠습니다.”
_동북아 물류허브를 꿈꾸는 부산항 신항이 아직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동북아 물류허브 조성은 생존이 달린 문제입니다. 최근 부산항 물동량 증가세가 둔화하고 신항도 아직은 미비합니다. 하지만 가능성은 있습니다. 이제는 앉아서 손님을 기다리기보다는 직접 손님을 찾아가 ‘항만 세일즈’를 펼치겠습니다. 지난해 세계 최고의 선사인 머스크사와 MSC사의 회장을 직접 만나 설득했고, 우리나라가 중국에 비해 가격 등의 면에서 조금만 더 인센티브를 준다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다짐을 받았습니다. 우리는 항만의 시설과 장비 등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안전성 등 소프트웨어도 잘 갖춰져 있습니다. 전문가들도 다 인정하고 있지요. 부산항은 세계 5위의 항만이고, 개장 1년을 넘긴 신항도 3년 뒤를 내다봐야 하고 경쟁력도 충분합니다.”
_올림픽, 월드컵과 함께 세계3대 국제행사로 꼽히는 세계박람회(엑스포)를 유치할 가능성은 어느 정도입니까. 또 유치했을 때 어떤 효과가 있습니까.
“현재까지는 유치할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우선 ‘살아있는 바다, 숨쉬는 연안’이라는 주제가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국제 심포지엄을 위해 최근 방한한 세계박람회기구(BIE) 30개국 대표 등도 한결같이 국제행사 경험에다 아름다운 섬을 품고 있는 여수 등 남해안의 비경에 매우 만족해 했습니다. 문제는 부족한 인프라이지만, 유치 1년 전에 모두 마무리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방심은 금물입니다. 경쟁 상대인 모로코(탕헤르), 폴란드(브로츠와프)가 거세게 추격하고 있습니다. 동정표가 나올 수 있습니다. 올 12월 제142차 BIE총회에서 98개 회원국 가운데 최소 50표 이상을 얻어야 하는데 10표 차 내의 박빙이 될 것입니다. 여수가 확정되면 80개국 795만명이 방한하고, 10조원의 생산유발효과와 5조3,840억원의 부가가치, 15만7,000여명의 고용유발 효과 등 엄청난 변화가 몰려 올 것입니다. 더럽고 범죄 많던 도시로 낙인 찍힌 리스본(포르투갈)도 1998년 박람회 개최 이후 세계 일류의 관광도시로 거듭나지 않았습니까.”
_해양수산부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낮은 게 사실입니다. 그간의 성과와 이를 토대로 올해 역점적으로 추진하시는 주요 정책들은 무엇입니까.
“지난 10년은 바다에 관한 체계적인 정책수립, 해양이용과 보전의 조화 등 정책적인 기초를 다지는 데 매진해 왔습니다. 지난해에는 해양환경관리법도 생겼습니다. 현재 조선분야가 세계1위이지만 컨테이너 처리 물동량(5위), 수산물생산량(15위) 등은 크게 뒤쳐져 현재 국가 해양력이 세계10위에 불과합니다. 5대 해양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해양영토의 체계적 관리와 생명력 넘치는 바다 ▦세계 물류시장을 선도하는 동북아 물류허브 도약 ▦수산업 자생력 확보 및 어업인 삶의 질 향상 ▦초일류 해운서비스 산업육성, 해양 안전망 확충 ▦해양과학기술(MT) 개발을 통한 신 해양산업 육성 등 6개 가치를 올해부터 차근차근 실현해 나갈 방침입니다.”
_장기 비전의 성공을 위해서는 기초단계부터 체계적인 계획 등이 선행돼야 합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십니까.
“올 7월 코엑스(COEX)에서 바다에 관한 모든 것을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2007년 대한민국 해양경영대전’을 엽니다. 바다의 중요성은 알지만 실제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기회는 드물었지요. 해양수산부를 중심으로 수산 해운 물류 조선 등 해양기업과 바다를 끼고 있는 전국 지자체 등이 참가하는 제1회 해양엑스포는 그런 의미에서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또한 20년 뒤 육상 쓰레기 매립이 포화상태에 달할 것에 대비해 자연 친화형의 인공섬을 만든다는 복안도 가지고 있습니다. 전국 2,700여개 무인도서에 대한 관리가 본격화하고, 올 상반기 중으로 국내 물류기업의 해외시장 진출을 위한 1조5,000억원 규모의 ‘사모형 펀드’ 조성을 비롯해 수산자원회복에 2,400억원이 투입됩니다. 특히 노량진수산시장을 국제수산관광명소로 탈바꿈시키고, 향후 3년간 84억원을 들여 지능형 심해자율잠수정 개발 등 해양관련 대형 프로젝트들을 하나씩 차질 없이 추진하겠습니다.”
_노무현 대통령이 해수부 장관을 역임하셨는데 도움을 좀 받았나요?
“많은 도움을 받았죠. 특히 지난해 연말 부산항에서 항만노무 상용화 체제를 정착시킨 것은 그동안의 숙원이었습니다. 항운노조가 독점해왔던 항만관련업무를 정부가 관리함으로써 채용비리 등을 방지할 수 있게 됐습니다. 또 이 체제가 인천항, 평택ㆍ당진항 등으로도 확산되고 있지요. 50년 만에 불법 소형기선저인망 2,500척을 줄이고, 항만개발 지원 및 해외시장을 개척해온 것도 국가적 지원이 없었다면 어려웠을 것입니다.”
정리=김종한 기자 tellme@hk.co.kr대담=최진환 사회부 차장대우 choi@hk.co.kr
■ 김성진 장관의 의욕·열정
김성진 장관은 바다와의 인연이 깊다. 경남 통영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학창시절을 보내고, 군대도 해군장교(3년)로 다녀왔다. 1974년 행정고시에 합격, 주로 경제기획원과 재정경제부 등 경제관료로 32년 간 핵심보직을 맡았지만 바다는 늘 그의 고향이며 안식처였다.
그는 경제기획원 교통체신예산담당관, 재정경제원 간접자본예산과장 예산총괄과장 등을 맡던 1994년엔 4,005억원에 불과하던 항만예산을 1조165억으로 늘렸다. 2003, 2004년 대통령비서실 정책관리비서관 시절 동북아 물류허브의 기본계획을 세우는가 하면, 산업정책비서관 때에도 육상폐기물의 해양배출문제와 해양과학기술개발계획 등 해양정책 관계 부처간 이해조정에 늘 앞장서 왔다.
그래서인지 바다 정책을 관장하는 주무장관으로 1년 가까이 보낸 김 장관은 어느 때보다도 힘이 넘친다. 그가 장관으로서 심혈을 기울이는 정책 중 하나는 바로 부산항 개발이다.
중국 상하이 양산항 등에 밀려 부산항 신항이 제 기능을 못한다는 지적에 대해 비유를 들어가며 설명했다.
그는 “그 동안 우리 회사 구내 식당에 다른 회사 직원들이 와서 밥을 사먹다가 자기 식당을 만든 이후 오지 않는다고 통탄할 필요는 없다”면서 “우리는 더 저렴하고 맛있는 음식으로 또 다른 손님(회사 직원)들을 끌어 오면 된다”고 말했다. 또 “마이너리그에서 10~20승 투수도 메이저리그에 가면 어려움을 겪고,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여야 한다”며 “대학이 학과를 신설해 첫 신입생이 4학년 졸업생이 되는 해 정도가 돼야 어느 정도 자리를 잡게 된다”고 강조했다.
김종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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