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법률특보였던 정인봉 변호사의 ‘이명박 X파일’이 15일 공개됐다. 그러나 폭발력 있는 새로운 내용이 없는 것으로 드러나 한 편의 ‘소극’(笑劇)으로 결론이 났다. ‘큰 건’을 폭로할 듯했던 정 변호사의 호언과는 달리 X파일은 공지의 사실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15대 총선 당시 선거법 위반 사건 판결문과 신문기사 스크랩이 내용의 전부였기 때문이다.
당 경선준비기구인 국민승리위원회에는 이날 오후 1시 40분께 정 변호사가 200여쪽 분량의 자료 4부를 제출하자 즉시 내용 검토에 들어갔으나, 3시간 만에 “더 이상 검토할 가치가 없다”며 조사 종결을 선언했다. 이로써 정 변호사가 9일 “이 전 서울시장의 도덕성에 관한 자료를 수집했다”며 불씨를 지핀 후보검증 공방은 6일만에 싱겁게 막을 내렸다. 당 주변엔 박 전 대표측이 일단 타격을 입겠지만, 이를 기점으로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간 감정의 골이 더 깊어져 ‘전쟁’이 시작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국민승리위 이사철 공보위원은 브리핑에서 “정 변호사의 자료는 이 전 시장이 15대 총선에서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것과 당시 김모 비서관을 해외로 도피시킨 건에 관한 것”이라며 “이미 수사가 종료돼 유죄판결까지 받은 사안이라 더 이상 조사할 필요가 없다”고 발표한 뒤 자료를 언론에 공개했다.
이 전 시장은 지난 1996년 15대 총선 때 종로에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으나 법정 선거비를 초과 지출하고, 이를 폭로한 김모 전 비서관을 해외로 도피시키기 위해 1만8,000달러를 제공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각각 400만원과 3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 받았다. 이로 인해 1998년 의원직을 사퇴했다. 이 전 시장은 이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내 일생 최대 실수이며 깊이 뉘우치고 있다”고 말했다.
김수한 국민승리위 위원장은 자료를 본 직후 “모욕감을 느꼈다”고 말했고,맹형규 부위원장도“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 鼠一匹, 태산이 떠나갈 듯 요란을 떨더니 튀어나온 것은 쥐 한 마리뿐)”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당 윤리위는 당장 정변호사에 대한 징계절차에 착수, 20일 정변호사에게 소명을 들은 뒤 징계수위를 결정키로 했다.
정변호사는 이날 오후 자신의 역서 ‘대처 리더십’출판기념회장에서 기자들과 만나“사람이 용서 받을 수 있는 잘못이 있고, 용서 받을 수 없는 잘못이 있다”며 제출자료의 검증가치가 충분함을 강조한 뒤“국민 99.9%는 이 사건을 모르고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추가로 제출할 자료가) 하나 더 있는데 좀 더 추적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태희 기자 goodnew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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