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간다는 다른 대부분의 아프리카 나라와 달리 사철 온화한 기후와 기름진 토양 등 천혜의 자연환경을 보유한 나라다. 빅토리아호 등 거대한 호수들과 소택지에서 비롯한 풍부한 수자원과 식생으로, 아프리카에서도 몇 안 남은 야생동물의 천국이기도 하다.
그런데 사납기로 유명한 이 곳 나일악어들이 마냥 무기력해져서, 다른 동물이 접근해도 시큰둥해 하던 때가 있었다. 인간 시신이 너무나 많이 강에 버려지는 바람에 악어들이 애써 사냥하지 않아도 됐기 때문이었다. 이디 아민이 대통령으로서 이 나라를 지배하던 1970년대 얘기다.
▦ 숱한 고금의 독재자 중에서도 잔혹함과 기괴함에서 가히 그 짝을 찾기 힘든 아민의 이름이, 사망 4년이 다 되어가는 요즘 부쩍 자주 들린다. 엊그제 외신은 76년 이스라엘 특공대의 '엔테베 작전' 와중에 실종된 영국 할머니가 아민에게 참혹하게 살해된 사실이 30여년 만에 밝혀졌다고 전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아민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 때문이다. 이 영화가 최근 미영화비평가협회상, 골든글로브, 영국아카데미상 등의 남우주연상을 모조리 휩쓴 데 이어, 곧 있을 오스카 무대에서도 수상이 확정적인 모양이다.
▦ 주연인 포레스트 휘태커가 명배우이긴 하지만, 사실 아민의 캐릭터가 워낙 엽기적이라 누구든 흉내만 비슷하게 내도 관객에겐 강렬하고도 충격적인 연기로 받아들여졌을 듯하다.
그는 모든 공문서에 적히는 제 이름 앞에 '각하. 원수. 모든 지상동물과 바닷속 모든 물고기들의 신. 좁게는 우간다에서, 넓게는 아프리카에서 대영제국을 무찌른 정복자'라는 긴 수식을 붙이게 했다. 무하마드 알리와의 복싱경기를 공개제안 하는가 하면, 주술에 취해 열살 난 아들까지 살해했다. 희대의 폭군은 재임 8년 간 70만명 이상의 국민을 무참히 도륙했다.
▦ 마침 얼마 전 저명한 역사저술가 다니엘 마이어슨은 역사상 폭군의 사례를 모은 책을 냈다. 그는 여기서 아민 같은 이들이 결코 민중과 유리됐던 존재가 아니라 오히려 대중의 욕망이 투사된 매력적 대상으로, 기꺼이 받아들여진 존재였음을 지적한다.
이들의 뒤틀린 모습 또한 보편적 인간 속에 내재된 본성의 발현이라는 말이다. 그러고 보면 지금 우리가 향유하고 있는 자유민주주의 체제야말로 취약한 본성을 이성으로 이겨낸 귀한 결과물이자, 앞으로도 끝내 지켜야 할 소중한 정치체제임을 새삼 생각하게 된다.
이준희 논설위원 jun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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