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국가들이 미 중앙정보국(CIA)의 유럽 내 테러용의자 비밀 납치 및 이송을 용인 또는 방조한 사실이 드러나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고 있다. 이 사건은 지난해 9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처음으로 비밀감옥의 존재를 시인하면서 실체가 드러난 뒤 유럽 국가들의 묵인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유럽의회는 14일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본회의를 열어 의원들로 구성된 조사위원회가 1년 넘게 CIA의 불법행위를 조사한 결과를 담은 최종보고서를 채택했다.
결론은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 중 영국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스웨덴 오스트리아 덴마크 그리스 폴란드 아일랜드 루마니아 키프로스 등 13개국과 비회원국인 터키 보스니아 마케도니아가 CIA에 협조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CIA가 유럽에서 테러 용의자들을 비밀리에 납치했으며, 일부는 고문이 가능한 국가들로 이송했다”면서 “유럽의 많은 국가와 정보기관이 자국 영토 내에서 일어난 활동을 몰랐을 것 같지는 않다”고 밝혔다.
CIA가 유럽을 거쳐 테러 용의자들을 이송한 곳은 아프가니스탄과 같은 비밀감옥이 있을 만한 국가로 추정된다고 BBC 방송은 보도했다.
보고서는 CIA가 2001년 9ㆍ11테러 이후 5년 동안 유럽영토에서 테러용의자를 불법으로 이송하기 위한 비밀 수송기를 최소 1,245회 운항했으며 유럽 내 공항들에 머문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보고서 작성을 주도한 이탈리아 출신 지오반니 파바 의원은 “지난 5년 동안 발생하지 않았어야 할 일들이 일어난 것을 경계해야 한다”면서 “조사에서 새로운 많은 증거들이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유럽의회는 관련성을 부인해온 회원 국가들에게 필요한 관련 정보 제공 및 자체 조사 실시를, 미국 정부에는 조사위원회의 관타나모 기지 비밀수용소에 대한 접근 허용을 촉구했다.
권혁범 기자 hb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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