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인적자원부가 전국경제인연합회와 공동 제작한 ‘차세대 고등학교 경제교과서 모형’과 관련, 뒤늦게 공동 저자에서 이름을 빼기로 결정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교육부의 태도 돌변은 이 책이 재계 편향적이라는 각계의 비판을 받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더욱이 노동계와 교원단체 등에서는 “기업 입장이 지나치게 반영된 반면 노동자의 권리 등은 부정적으로 묘사했다”며 제작 중지를 요구하고 나서 파문이 커지는 모습이다.
교육부는 14일 ‘차세대 고등학교 경제교과서 모형’의 저자 명의를 바꾸기로 했다고 밝혔다. 교육부와 전경련 공동으로 된 저자의 명칭에 교육부 대신 연구용역을 맡았던 한국경제교육학회를 올리겠다는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차세대 경제교과서 모형이 한국경제교육학회가 내놓은 보고서를 토대로 만들어진 만큼, 이 학회를 저자로 하는 게 맞다는 결론을 내렸다”면서 “내용을 직접 집필하지 않은 교육부를 저자로 할 경우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교육부가 9일 내놓은 차세대 경제교과서 모형 책 표지에는 ‘교육인적자원부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공동 저자로 돼 있다. 이로써 인쇄에 들어간 경제교과서 저자는 ‘한국경제교육학회’로 바뀌게 된다. 단 저작권은 교육부와 전경련이 갖는다.
이에 대해 교과서를 공동 개발한 전경련과 교육계 등에선 “책임을 모면하려는 얕은 수”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특히 저자 변경 결정이 교과서 논란이 불거진 뒤 이뤄진 것이어서 ‘면피용’ 지적이 많다. 한 교원단체 관계자는 “저자만 바꾼다고 논란이 해결되지는 않는다”며 “문제가 된 내용을 재검토하는 게 순서”라고 꼬집었다.
전경련도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전경련 관계자는 “지난해 2월 교육부와 체결한 양해각서는 절반씩 경비를 부담해 경제교과서 모형을 개발한다고 돼 있다”며 “책을 직접 쓰지 않았다고 저자에서 빠지겠다는 것은 치졸한 생각”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교과서 저자를 바꾸더라도 내용은 손대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박제윤 교육과정정책과장은 “견본 교과서에서 잘못된 용어나 오ㆍ탈자만 잡아 인쇄를 하고 있다”며 “다만 의견이 엇갈리는 부분은 별도 보완책자 발간을 통해 논란을 최소화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차세대 경제교과서 2,000권을 제작, 3월 개학에 맞춰 전국 고교에 1권씩 배부할 예정이다.
한편 민주노총은 이날 성명을 내고 “노동자의 권리나 부의 재분배 등을 의도적으로 왜곡하고 부정적 서술로 일관하고 있다”며 제작 중단을 요구했다.
김진각 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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