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인가, 생애 처음으로 찜질방이라는 곳을 가본 적이 있었다. 먼 곳에서 술이 불콰하게 올라, 에라이 택시를 타느니 외박을 하자, 하며 찾아 들어간 곳이었다.
처음이었으나, 그동안 TV에서 하도 많이 보아온 터라, 당황하지 않고 OO숯가마라고 씌어진 면티와 반바지로 갈아입은 뒤, 구석진 곳에 누웠다. 몇몇 아저씨들 틈에 섞여 몇 번인가 뒤치락거리다 까무룩 잠이 들었을 때였다. 어디선가 희미하게 불이다 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사람들이 우르르, 한 곳으로 몰려가는 소리도 들렸다. 나는 아, 저게 바로 TV에서 보던 불이 들어온다는 소리구나, 저 불을 쬐면 몸에 좋다고 하던데 하는 생각을 하며, 그냥 계속 잠만 잤다. 한데, 어느 순간 사위가 조용해지더니, 이내 소방차 사이렌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제야 눈을 뜨고 주위를 살펴보니, 찜질방엔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다. 자욱한 연기만 남아 있었을 뿐이었다. 그날, 나는 소방관 아저씨의 도움으로 겨우 찜질방에서 빠져 나올 수 있었다.
소방관 아저씨는 나를 데리고 나오면서 물었다. 아니, 어떻게 그렇게 잠을 자요? 나는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전, 그냥 불이 들어온 줄 알았죠, 뭐. 그러면서 얻은 깨달음 하나. 불이 있는 곳에 불이 나는 것이야말로 정말 위험하다는 것.
소설가 이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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