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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3 북핵합의/ 전문가 고유환·남성욱 교수 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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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3 북핵합의/ 전문가 고유환·남성욱 교수 좌담

입력
2007.02.14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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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이계성 부국장 wkslee@hk.co.kr

6자회담 참가국들이 9ㆍ19공동성명 이행을 위한 초기조치인 ‘2ㆍ13합의’를 이끌어 냈다. 북핵 폐기와 한반도 평화정착을 향한 중대한 진전이라는 평가와 함께 북한과 미국의 합의이행 의지 등 변수들이 많아 낙관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남북문제 전문가인 남성욱 고려대 교수와 고유환 동국대 교수의 좌담을 마련, 이계성 정치담당 부국장의 진행으로 2ㆍ13합의의 의미와 과제, 전망 등을 조명했다.

_2ㆍ13합의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남성욱 교수= 이번 합의는 비핵화 전체 과정에서 10% 정도 수준의 합의라고 평가한다. 2002년 10월 이후 최고조에 달했던 북핵 위기를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가라앉힌 데 대해서는 외교적ㆍ평화적 해결 모색 차원에서 의의가 있다.

▦고유환 교수= 북한의 핵실험 이후 상황은 그 전의 상황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이번 회담은 더 이상 북한의 핵 보유고가 늘어나는 것을 방지하면서 핵기술 이전을 차단하고 추후 비핵화를 하겠다는 데 목적이 있다. 그렇게 본다면 당초 설정한 목표 달성됐다. 급한 불을 끄는 데는 성과가 있었다고 평가한다.

_이번 합의가 제네바합의와는 무엇이 다른가.

▦남= 두 가지가 큰 차이가 있다. 우선 합의문에 타임 스케줄을 집어넣어 구속력이 생겼다. 60일 이내로 이행조치 시한을 정한 것은 진일보한 합의다. 워킹그룹이라는 실무협의체를 두기로 한 것 또한 장점이다. 실무협의체를 둬서 문제를 푼다는 것은 국제적인 레짐(regime)을 형성한다는 차원에서도 의미가 있다.

▦고= 동결 대 보상 방식의 제네바합의가 느슨한 방식이라면 이번 합의는 핵무기의 폐기를 전제로 해서 ‘동결_신고_검증_폐기’ 과정을 세분화해서 성과급 방식으로 지원하자는 것이다. 등가성과 동시성을 원칙으로 제시함으로써 북한의 합의 이행 구속력을 높였다는 점에서 제네바합의와는 좀 다르다.

_북한이 실제로 핵 불능화 단계까지 나아갈지 의구심을 갖는 시각이 적지 않다. 또 미국이 지금처럼 적극적인 자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는가.

▦남= 국제정치는 의지보다는 현실의 이득이 더 중요하다. 부시 미 대통령은 초조하고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다급한 상황이다. 합의를 하는 것이 두 나라 모두 국익에 부합되는 측면이 있다. 각국이 핵 폐기로 손해보다는 혜택을 얻을 것이 많다는 구조를 유지해가는 것이 중요하다.

▦고= 북한이 핵실험을 하면서부터 이런 해결과정에 대한 큰 그림이 있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핵실험을 통해 핵 보유국 지위를 인정 받고 얻어낼 것을 더 많이 얻어내겠다는 계산이었을 것이다. 다만 북한은 이미 내부 역량이 바닥 났고, 미국으로서는 이라크 전쟁의 실패 후 북한 문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있다. 결국 미국과 북한 사이의 이해관계가 합치돼서 여기까지 온 것이다. 앞으로도 변수는 많겠지만, 복잡한 문제를 풀기 위한 워킹그룹을 만들었다는 것은 갈등을 줄일 수 있는 요소가 될 것이다.

_북한 조선중앙통신이 핵 불능화 대신 가동 임시중지라는 표현을 써 논란이 일고 있다.

▦남= 국내용일 수도 있고 협상에서 기득권을 강조하려는 사후적인 것일 수도 있다. 군부와 3,000명에 달하는 핵 관련 기술자들이 있는 상황에서 핵 시설을 포기하는 것이 내부적으로는 부담이 될 수 있다. 대외적으로는 이렇게 어려운 것 했으니까 많은 선물 주라는 의미일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의 전통적인 말 해석 뒤집기 전술이 과거에도 있었는데 이런 것이 없어져야 신뢰가 쌓인다.

▦고= 북한의 발표는 초기단계에서 해야 할 일만 얘기했다. 불능화는 보도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내부적으로 미국의 압력에 의해 굴복했다고 인식되는 것을 가장 우려하기 때문이다. 국제사회 합의와 국내용은 좀 다를 수밖에 없다고 이해하면 된다.

_미국 내부에서 네오콘 등 강경파의 반발이 만만치 않은 것 같다.

▦남= 부시 정부는 이미 중간선거로 외교정책에 대한 중간평가를 받았다. 미국 민주주의는 여론정치다. 의회를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는데 한번 바꾼 정책을 쉽게 바꾸지는 않을 것이다. 임기가 많이 남아있지 않은 부시 행정부가 큰 정책변화를 가져오기는 힘들다.

▦고= 중간선거로 네오콘이 대거 물러난 이후 미국의 대북정책은 실제적으로 상당히 변했다. 기존 원칙 하나가 양자대화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는데, 그걸 바꿔서 북미 베를린 회동을 했다. 또 ‘잘못된 행동에 보상 없다’는 원칙도 이번 합의로 깨졌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강경파는 불만이다. 하지만 부시 행정부는 이라크 전쟁 실패로 인해 북한 문제?평화적으로 풀 수밖에 없다.

_합의에 균등부담 원칙을 관철시켰지만 결국 우리가 중유지원 등 부담을 다 떠안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

▦남= 균등부담 원칙이라지만 지켜지지 않을 것이다. 미국 공화당은 클린턴 행정부가 대북지원에 나섰을 때 강력하게 비난하며 사사건건 발목을 잡았다. 그런데 이제 와서 자신들이 중유공급에 나선다는 것은 명분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할 것이다. 초기 5만 톤 중유지원을 한국이 짊어지고 가는 것도 예사롭지 않다. 정부가 정직하게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 합의문에서는 평등과 형평의 원칙으로 분담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각 나라의 실정에 맞게 다양한 방법으로 지원할 수 있게 융통성을 열어 뒀다. 6자회담 나머지 당사국도 북한의 비핵화로 얻을 수 있는 나름의 안보적 이익도 있다. 그래서 당초 우려와는 달리 어느 정도 균등부담의 원칙이 관철됐다고 본다. 다만 남북관계의 특수성이 있으므로 남한의 지원이 많아질 수 있다.

_남한이 북한에 제안했던 200만㎾ 전력 제공 문제는 어떻게 되는가.

▦남 : 합의에 따라 이행할 의무가 있지만, 2중 부담이 있어서는 안 된다. 한국이 에너지ㆍ경제지원 워킹그룹 의장국인 데다, 초기 중유지원 부담부터 짊어지는 상황이다. 당국간 회담이 열리면 식량 지원 문제가 또 나올 것이다. 한국이 당국간 합의를 할 때 국제사회에서 너무 동떨어지지 않는 정도로 해야 한다.

▦고= 전력 제공 문제는 2단계 협상에서 얘기될 가능성이 있다. 초기단계 이행조치가 끝나면 다음 단계가 핵무기 폐기를 위한 협상이 진행돼야 하고 북한이 그 대가로 전력손실 보상 차원에서 제네바 합의에서 약속한 200만㎾ 전력 제공을 요구할 수 있다. 다만 위의 직접 송전 제의는 경수로 공사 종료를 전제로 나온 것이다. 경수로 공사의 진행상황에 따라 송전의 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

_이번 합의에는 북한의 핵무기와 플루토늄에 관한 언급이 없어 논란인데.

▦남= 북한 핵 문제는 과거의 핵, 현재의 핵, 미래의 핵 문제 등 세 가지가 있다. 이번 합의는 현재 핵의 작동장치를 중지시킨 것이다. 과거와 미래의 핵은 미제 상태로 남아 있다. 비핵화 과정에서 이 모두를 해결해야 한다. 앞으로 비핵화 논의를 위한 실무그룹이 작동하고, 4월13일 이후 한 단계 진전이 되면 논의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고= 북한이 초기이행 조치에 적극적으로 응한 것은 핵실험으로 자신들이 가진 카드가 늘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핵 보유국 지위를 가졌고, 추출 플루토늄도 확보했으니 관련 시설을 폐쇄한다 하더라도 어느 정도 억지력을 가졌다고 보는 것이다. 핵무기 폐기 문제는 북한이 체제보장과 경제지원, 관계정상화 부분에서 만족할 성과 있을 때 결단할 것이다.

_ 장관급 회담 등 남북관계는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가. 남북 정상회담 추진도 논란이 있다.

▦남= 남북관계 개선의 여건은 마련됐다고 본다. 하지만 지금 남북이 만나면 남한은 무엇인가를 주고 북한은 받으러 오는 시스템이다. 60일 조치 이행되는 것을 보고 식량이나 비료를 지원하는 것이 좋다. 그것이 6자회담의 정신에도 맞는다. 당국간 회담의 속도가 6자회담 합의의 틀을 추월해서는 안 된다. 늦게 가거나 함께 가도 충분하다. 국민 여론도 그렇다.

남북 정상회담은 북한이 핵 불능화 단계까지 왔을 때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불능화는 노무현 대통령 임기 내에 이뤄지기 힘들다. 여기에 정부의 고민이 있을 것이다.

▦고= 남북관계가 6자회담의 틀을 너무 앞서가서는 안 된다. 압박이나 제재 효과를 떨어뜨릴 만큼 대량의 지원이 이뤄지면 국제사회와의 공조가 어렵다. 그래서 정부도 신중하게 접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정상회담은 필요성이나 당위성엔 공감하지만 현실적으로 조건이 충족되었다고 볼 수 없다. 특히 핵 문제는 남북 정상회담에서 풀릴 문제가 아니다. 북한도 당장에는 정상회담에 응할 가능성이 낮다. 초기이행 조치가 끝나고 핵 시설의 불능화 정도에 근접했을 때 가능할지 모르겠다. 그보다는 남ㆍ북한과 미국이 3국 정상회담을 통해 한국전 종료선언을 하는 것이 현 시점에서 더 필요하다.

정리 신재연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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