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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또 美에 ‘작심 발언’/ 美 국방장관 앞에서 보란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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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또 美에 ‘작심 발언’/ 美 국방장관 앞에서 보란 듯이

입력
2007.02.13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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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차르(Czarㆍ제정러시아황제)’를 꿈꾸는 걸까.

3선이 금지돼 2008년 대선에 출마할 수 없게 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최근 광폭 행보를 펼쳐 세계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러시아 국내에서 80%에 달하는 엽기적인 지지를 등에 업은 푸틴 대통령은 구소련의 영광을 재현하려는 듯 유럽과 중동을 돌며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먼저 미국에 펀치를 날렸다. 그는 9~11일 독일 뮌헨에서 열린 제43차 국제안보정책회의에서 작심한 듯 미국의 과도한 무력 사용이 핵무기 개발을 부추기고 있다고 강력히 비난했다. 그는 “미국이 경제ㆍ정치ㆍ인권 등 모든 분야에서 다른 국가에 자신의 입장을 강요하고 있다”며 “누구도 국제법 뒤에서 피난처를 찾을 수 없게 됐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구소련 몰락이후 유일 초강대국 노릇을 하고 있는 미국의 패권주의와 단극체제의 폐해를 부각해 러시아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자는 속내라고 풀이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진과 폴란드ㆍ체코의 미사일방어(MD)체제 구축을 거론하며, “러시아 국경 인근에 군사시설을 설치할 필요가 왜 있는가”라고 날을 세웠다.

그의 연설은 ‘옛소련의 영광 재현’을 목표로 한 자신의 정책이 완결단계에 있다는 자신감의 표출로 볼 수 있다. 이런 자신감은 2000년 집권 이래 평균 7%에 달하는 탄탄한 경제 성장률과 에너지 자원, 80%에 이르는 국민의 절대적 지지가 바탕이 됐다.

푸틴 대통령은 이어 11일부터 사우디아라비아와 요르단, 카타르 등 중동 3개국을 순방하면서 미국의 심기를 건드리고 있다. 이들 국가는 러시아 지도자가 한 차례도 방문한 적이 없는 전통적인 친미국가들이다. 에너지ㆍ군사부문의 관계 증진은 물론 중동 내 미국 영향력 견제를 노린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사우디에 핵 에너지 개발 협력을 제의했으며, 카타르에는 천연가스 개발과 함께 에너지산업과 관련한 경제 협력 강화를 외교를 폈다.

그는 이 달 1일에도 러시아가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슷한 천연가스 생산국간 조직 구성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발표해 에너지를 무기화하려고 한다는 우려를 낳았다.

푸틴 대통령은 또한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공기업 통폐합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그는 항공기 제조 및 조선 사업을 통합하기로 결정한 데 이어 우주산업 부문 공기업도 통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러시아 연방우주국은 5개 우주산업 관련 공기업을 하나로 묶어 흐루시초프 우주센터 인근에 지주회사를 만들기로 했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25일 국영TV와 라디오로 러시아 전역에 생중계된 ‘국민과의 대화’에서 2008년 대선 출마는 불가능하지만 임기 후에도 러시아 정계에 영향을 미치고 싶다고 밝혔다. 총리에서 물러난 뒤에도 싱가포르를 사실상 통치하고 있는 리콴유(李光曜)처럼 ‘러시아의 리콴유’가 되겠다는 야망이다. 1993년 제정된 러시아 새 헌법에 따르면 연속 3선이 금지돼 있어 개헌하지 않는 한 그의 임기는 2008년 종료된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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