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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자전적 진실의 명과 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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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자전적 진실의 명과 암

입력
2007.02.13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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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작품으로 말한다"는 말이 있다. 결국 한 작가의 예술적 성취를 최종적으로 결정짓는 것은 작품이라는 점에서 작가는 무엇보다 작품에 충실해야 하고 작품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 두 문인의 회고록과 일기

그러나 때로 작가도 작품 바깥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때가 있다. 그리고 대중들은 때로 작품 자체보다 그 주변을 떠도는 그러한 말들에 더 관심을 보이기도 한다.

물론 그러한 작품 외적 발언이 작가의 예술적 평판에 미치는 영향이 꼭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 정작 작품은 사라지고 작가에 대한 풍문만이 남아 비생산적 논란을 확산시킨다면 바람직한 현상으로 보아넘기기 힘들 것이다.

내가 새삼 이 문제에 주목하게 된 것은 얼마 전 두 대가급 문인이 쓴 글들을 보고 나서였다. 그 하나는 현재 외국에 거주하는 소설가가 모 인터넷 매체에 발표한 글이다.

그 글에서 작가는 무기력증에 빠져 있는 국내 진보 진영을 질타하면서 자신의 인생역정에 대한 간략한 회고와 더불어 최근 자신이 도달한 신념을 개진하고 있다. 충분히 동의할 수 있는 내용이었지만 정작 읽고 난 뒤 머리 속에 남는 것은 그가 신랄한 어조로 비판한 어느 동년배 작가에 대한 언급 뿐이었다.

"지난 위기의 시대" 어느 현장에서도, 서명란에서도, 심지어는 회비목록에서조차 본 적이 없다는 그 작가, 혹은 긴급조치 철폐를 부르짖으며 문인들이 시위하다 잡혀가는 와중에 어정쩡한 처신을 할 수밖에 없었던 모 문학단체 사무국장이었다는 그 작가가 과연 누구라는 말인가. 이 지엽적인 문제 때문에 정작 그 소설가가 이역만리에서 지인들에게 힘주어 말하고 싶었던 핵심은 다 잊혀지고 만 것처럼 되었다.

다른 하나는 모 월간 문예지에 연재를 시작한 원로 시인의 일기다. 이번에 공개된 내용은 1970년대에 씌어진 분량의 일부인데 당연히 그 일기엔 그 시절을 풍미한 숱한 문인 예술가 출판인들이 얼굴을 내밀고 있다.

지금 생각하면 이 시인과 그리 친해보이지 않는 문인이나 지식인이 그 시절엔 별 스스럼없이 어울렸음을 드러내는 일화들이 많이 수록돼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선배 여자시인은 자청해선 중매 전화를 하기도 했고, 문인간첩단 사건에 진정서를 내기로 했을 때 응당 서명하리하곤 여긴 모 시인은 거절한 반면 모 신문 주필이었던 어떤 소설가는 쾌히 응락했다는 등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 흥미로웠다.

그러나 아슬아슬한 대목도 없지 않았다. 지금은 원로 시인인 어떤 후배의 취직 문제를 언급하다 "철딱서니 없다. 타일렀다"는 식으로 말한 대목은 읽고 있기 민망스러운 면이 없지 않았다.

● 고백류 글들의 위험성

사실 이 두 글은 극히 단편적인 사례에 불과하고 앞으로는 이와 유사한 성격의 글들이 더 많이 생산 유통될지 모른다. 우리 사회의 모든 분야가 보다 투명해져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대부분 동의하겠지만 그것이 지나친 쇄말주의나 선정주의로 흐를 때 그 위험도 만만치 않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밝혀져야 할 것은 언젠가 밝혀지고 말겠지만 굳이 밝히고 넘어가지 않아도 될 일 또한 까발려지는 게 꼭 필요할까. 아무리 솔직한 고백을 내세운 일기나 자서전이라 해도 거기엔 위장과 왜곡이 따른다.

그리고 이런 고백류의 글들은 다시 이데올로기적 편가르기에 동원되거나 상업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위험이 있다. 작가는 작품으로만 말해야 한다는 주장이 낡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을 대신할 수 있는 명제는 아직 제대로 정립되지 못한 듯하다.

남진우 명지대 교수ㆍ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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