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자치부 연금개혁발전위가 국회에 제출한 공무원연금 개혁안이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의뢰한 용역 결과보다 크게 후퇴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한다.
행자부는 "KDI가 제시한 건의안을 채택할 경우 단기적인 재정부담이 너무 크다"고 둘러대지만 기존 공무원들의 반발을 의식해 개혁 시늉만 한 흔적이 짙다. 연금발전위 개선안의 토대로 삼으려 했던 KDI의 건의안을 뒤늦게 공개함으로써 축소ㆍ왜곡 의혹까지 자초한 것은 한심한 일이다.
엊그제 공개된 KDI 용역안은 외형상 4가지이지만 기본안은 1안이다. 이 대안은 신규 공무원은 물론 기존 공무원의 급여체계도 국민연금 방식을 따르도록 하고, 퇴직공무원의 연금액을 조정할 경우 물가상승률만 반영토록 했으며, 유족연금도 60%로 낮추는 것 등이 골자이다.
그러나 연금발전위는 1안보다 훨씬 후퇴한 2안을 토대로 신규 공무원에만 국민연금 체계를 적용하고 연금액 조정에 공무원 보수상승률도 반영하며 유족연금은 현행 70%를 유지하는 방안을 제출했다.
연금발전위의 개혁안이 신규 공무원을 희생양 삼아 미래세대에 부담을 전가하는 '죽도 밥도 아닌' 미봉책이라는 비난을 받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이 안에 따르면 30년 근무한 현직 공무원의 연금액 감소분이 3%, 즉 10만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고령사회의 연금문제를 개혁하지 않으면 20~30년 내에 재정 파탄을 맞게 될 것이라는 경고가 줄을 잇는데도 기득권의 벽을 넘지 못한 채 이토록 낮은 수준의 안을 '개혁'으로 포장했으니 참으로 낯 뜨거운 처사다.
노무현 대통령은 신년연설 및 회견에서 "국민연금 개혁이 끝나야 공무원연금 개혁이 가능하다"며 국회에 조속한 국민연금 개혁법안 처리를 요청했다.
일의 경중과 순서를 따지면 노 대통령의 말이 맞을 수도 있으나 공무원연금을 사실상 방치하면서 '보통 국민'들의 피와 땀만 요구하는 것은 명분도 없고 정치적 도의에도 어긋나는 일이다. 연정이니 개헌이니 공허한 의제가 난무하는 사이에 공직사회가 그들만의 벽을 높이 쌓고 있는 것을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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