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자로 돌아간 강철규 전 공정거래위원장(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이 "타 기업에 대한 출자와 투자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만큼 출자총액제한제도로 출자를 제한해도 기업의 투자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공정위원장 시절의 지론을 실증적으로 입증해 눈길을 끌고 있다.
공정위는 '출자'를 한 기업이 타 기업의 기존 지분을 매입하는 개념으로, '투자'는 신규 사업에 진출하는 개념으로 각각 구분해 사용한다.
강 전 위원장은 이재형 서울대 BK21사업단 부교수와 함께 13일 한국경제학회 주최로 열린 2007 경제학 공동학술대회에서 '출자총액제한제도가 투자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논문은 "출총제가 도입된 1987년부터 2005년까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출자제한은 투자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특히 "출총제가 완화됐던 시기인 2004년과 2005년에도 출자가 투자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며 출총제 때문에 기업들의 투자가 위축되고 일자리 창출도 부진해진다는 재계의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강 전 위원장은 "투자와 출자가 직접적인 관계가 없음에도 그 영향이 큰 것으로 여기는 것은 실증자료에 근거한 주장이라기 보다는 선험적 가정에 의한 주장으로 이데올로기적 성격이 강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강 전 위원장은 "출총제는 수많은 예외조항 때문에 실효성이 약하고 사전규제라는 문제가 있다"며 현행 출총제의 문제점을 인정하면서 "대기업 순환출자 등의 예상되는 부작용이 방지될 수만 있다면 규제를 지속시킬 이유가 없다"고 조건부 폐지론을 주장했다. 특히 "순환출자의 경우 여전히 문제가 존재하고 있으며, 민간자율로 해결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주장했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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