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리기능장 이철기(55)씨는 프랑스 요리 전문가다. 요리학원 문턱에도 못 가봤지만 요리에 반해 독한 마음으로 실력을 쌓은 그는 개성 있는 퓨전요리를 개발해 내는 등 우리 음식의 세계화에 앞장서고 있다.
그 공로로 13일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선정하는 ‘이 달의 기능한국인’이 됐다. 쉐라톤워커힐, 프라자 등 특급호텔에서 전문 요리사로 일했던 그는 지금 뷔페 전문인 ㈜삼정인터내셔날의 조리부장을 맡고 있다. 이 부장은 1992년 싱가포르 국제요리경연대회 금메달 등 국제대회에서 10번 넘게 상을 받기도 했다. 2005년엔 조리기능장의 반열에 올랐다.
요리는 예술이다-오감을 깨우는 가슴으로 먹는 미학
그에게 요리는 “순간적으로 이뤄지는 매우 까다로운 창작물”이다. 회화와 건축은 물론 무용 음악 문학 등이 맛있게 어우러진 종합예술이다. 그는 “최고의 요리는 눈과 코로 먼저 먹은 뒤 입으로 음미하는 것”이라고 했다. 코 끝을 자극하는 냄새, 눈길을 사로잡는 아름다움, 입안을 행복하게 하는 맛이 있어야 한다. 그는 “정말 멋진 요리는 손님 테이블에 내기 싫은 경우도 있다”며 웃었다.
이 부장은 디저트 워드 페인팅을 대중화 했다. 워드 페인팅은 설탕가루로 디저트 접시에 고객이 원하는 문구를 넣는 것이다. 생일 축하 글을 가장 많이 쓰지만 청혼이나 사랑 고백을 새겨 주기도 한다. 그는 “가슴으로 먹는 요리가 얼마나 감동적인 지를 보여주기 위해 워드 페인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요리는 과학이다-불의 세기서 삼투압까지 ‘표준’ 필요
그는 “과학을 알아야 훌륭한 요리를 만들 수 있다“고도 했다. 요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불의 세기다. 재료의 특성에 알맞게 화력을 조절해야 최고의 맛을 뽑아낼 수 있다. 그래서 좋은 요리사는 불 박사가 돼야 한다.
이 부장은 “삼투압은 요리의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삼투압은 농도가 낮은 쪽에서 높은 쪽으로 액체가 이동한다는 과학 용어다. 특히 양념을 버무릴 때 중요하다. 소금과 설탕을 함께 사용할 땐 설탕을 먼저 넣어야 설탕의 단맛이 살아난다. 소금과 간장을 쓸 때는 소금을 먼저 넣어야 좋다.
이 부장은 2005년 <조리 표준 매뉴얼> 이라는 책을 냈다. 전통음식과 서양요리를 결합한 12가지 퓨전요리의 재료, 조리절차와 방법 등을 과학적으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그는 한국음식을 세계에 알린 공로로 문화부장관상을 받았다. 조리>
요리는 인생이다-재료와 정성은 절대 거짓말을 안한다
요리 인생 40년. 그는 “좋아하는 일을 평생 직업으로 가져 행복하다”고 했다. 고향인 경북 상주에서 중학교를 졸업한 뒤 67년 서울에서 친척이 하는 식당에 들어가며 요리와 연을 맺었다. 서툰 칼질에 손가락에 피 안 흘리는 날이 없었다. 왼손 검지에는 그 때 칼로 벤 흉터가 크게 있다. 그에게는 “영광의 상처이자 훈장”이다.
그는 “요리는 거짓말을 안 한다”고 말했다. 좋은 재료와 정성만 있으면 언제든 훌륭한 요리가 나온다. 그는 요리를 통해 더불어 함께 사는 삶의 소중함도 배웠다고 한다. 하찮은 재료라고 해서 빼면 요리 본연의 맛을 잃는다.
그는 좋은 일도 많이 한다. 2003년부터 두 자녀와 함께 홀트아동복지회 회원이 돼 미혼모 자녀와 해외입양아를 2,3개월 동안 집에서 키우는 초기 보호자 역할을 하고 있다. 월드비전 해외결식아동돕기와 한국복지재단의 이웃사랑실천운동 회원으로 후원도 한다. 그는 “요리 관련 학과의 교수가 돼 후학을 가르치고 싶다”고 말했다.
김일환기자 kev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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