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들이 주로 가계를 대상으로 하는 부동산대출 등을 통해 이자 수익을 거둬 사상 최대 실적을 낸 뒤 외국인 주주들에게 배당 잔치를 벌여 ‘과다 수익, 과다 배당’논란이 일고 있다.
“부동산 거품까지 유발하며 과다하게 이자 수익을 올린 뒤 외국인 주주에 갖다 바친 것 아니냐”는 곱지않은 시선이 국내 은행에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김우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이 12일 분석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은행산업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당기순이익 비중(2005년 기준)은 1.85%로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이다.
영국(1.35) 스페인(1.21) 미국(0.92) 등 글로벌 금융 강국을 훌쩍 따돌렸고, 금융 강소국인 핀란드(1.83) 네덜란드(1.74)도 제쳤다. OECD 자료가 2003년 기준이어서 시점의 차이는 있지만 국내 은행들의 순익이 2005년(13조6,343억원)과 2006년(13조, 4948억원) 크게 늘면서 금융 선진국의 이익 수준을 뛰어 넘은 것으로 볼 수 있다.
문제는 선진국 은행에 비해 글로벌 경쟁력이 한참 뒤처지는 국내 은행들이 국내 가계를 대상으로 한 이자 수익에만 치중하고 있다는 점이다.
글로벌 은행들이 세계 시장에서 파생상품, 기업 인수ㆍ합병(M&A),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비 이자 부문에서 전체 수익의 절반 이상을 거두는 데 반해 국내 은행들은 부동산 대출 등 단순 예ㆍ대출 이자 차이에 의한 수익 비중이 87%에 달한다.
특히 지난해 4분기 정부의 대출 규제 속에서도 이자이익은 전분기에 비해 은행별로 3~8% 가량 늘어났다. 대출금리는 재빠르게 올리면서 예금금리를 인상하는 데는 굼뜬 결과였다.
“공공적 성격이 강해 정부 당국의 강력한 보호를 받으면서도 별다른 경쟁 없이 이자 수익을 과다하게 거둬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국내 은행들은 이 같은 이익을 바탕으로 배당 규모를 대폭 늘리기로 해 외국인 주주의 주머니를 두둑하게 해줬다.
국민은행이 지난해 순익 2조4,721억원의 50%인 1조2,278억원을 배당키로 결정하면서 이 은행 지분 82.7%를 가진 외국인들은 1조154억원을 받게 됐다. 외국인들이 국내 은행에서 올해 거둬갈 배당금은 2조 2,000억원대를 넘길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대해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배당을 적게 한 데 대한 보상 차원에서 배당규모가 커진 것”이라며 “주주 이익 실현이라는 주식회사의 특성상 배당을 비판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고 말했다.
실제 국내 기관이나 일반인 등 누구나 살 수 있는 은행 주식을 외국인들이 많이 사서 수혜를 입는 것을 뒤늦게 탓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그동안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수익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해온 국내 은행들이 그 수익금을 대규모 배당으로 돌린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국내 소비자에 대한 배려는 없이 수익은 수익대로 올리면서 외국인 주주의 배만 불린다는 것이다.
산은경제연구소 송정환 소장은 “은행들이 국내 소매 금융에만 치중하는 우물안 개구리식 수익 구조를 갖고 있는 상황에서 외국인 주주들이 이익을 싹쓸이 해 문제가 되는 것”이라며 “이 같은 현상은 외환위기 당시 외국자본 밖에 대안이 없던 상황에서 외국인 지분율이 과다하게 높아진 결과로, 지금에 와서 방법을 찾기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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