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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읽다] 코드 북(The Code Book) 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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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읽다] 코드 북(The Code Book) 上

입력
2007.02.12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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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6년 스코틀랜드 여왕이었던 메리는 잉글랜드의 엘리자베스 여왕 암살혐의로 법정에 섰다. 그의 운명은 메리 여왕 복권을 꾀하던 앤터니 배빙턴과 주고받은 암호 편지가 해독되느냐 마느냐에 달려있었다.

앞뒤가 안 맞는 알파벳의 나열과 몇몇 이상한 기호로 가득찬 메리 여왕의 편지는 과연 해독될 수 있을까.

암호풀이는 인류 역사에서 중요한 분수령이 되곤 했다. 우리가 미처 몰랐던 역사의 이면이 물리학자 사이먼 싱이 쓴 <코드 북(the code book)> (영림카디널 발행)에 생생히 그려져 있다.

인류의 정치외교사는 곧 암호 진화의 역사다. 군주와 왕조의 운명과 국가의 안위는 비밀 정보를 지키느냐 발설하느냐에 달려있었고, 그래서 암호의 발달은 역사적 사건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설사 암호와 관련된 수학적 내용을 다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이러한 흥미 때문에 <코드 북> 을 쉽게 내려놓을 수가 없다.

메리 여왕과 배빙턴이 사용한 암호는 알파벳을 규칙적으로 다른 알파벳으로 바꾸는 ‘알파벳 대체’와 더불어, 몇 개의 단어나 구를 다른 기호로 대체한 ‘노맨클라토르’였다.

하지만 당시 알파벳 대체암호는 이미 보안이 깨진 상태였다. 일찌감치 이슬람에서 개발된 빈도분석법(일반적으로 많이 쓰이는 알파벳의 빈도에 따라 가장 많이 나타난 암호 기호가 가리키는 원래의 알파벳을 추정하는 것)에 의해 몇 개의 알파벳을 밝히고 나면, 다음부터는 단어와 문법규칙에 따라 빈 구멍을 메울 수 있다.

다른 기호로 대체된 단어와 구는 문맥으로 추정이 가능하다. 메리 여왕과 배빙턴은 암호의 보안을 과신했고, 노골적인 표현을 거침없이 사용했다. 그러나 암호에 대한 과신은 아예 없느니만 못했다.

17세기 프랑스의 루이 14세가 사용한 ‘그레이트 사이퍼’는 너무 보안성이 뛰어난 나머지 암호 고안자들이 죽자 사어(死語)가 돼 버렸다. 200년이 지나 역사학자 빅토르 장드롱이 그 해독에 도전했고, 그 결과 프랑스 역사상 최대 미스터리인 ‘철가면’의 비밀이 드러났다. 암호 편지는 “왕명을 어기고 전투에서 도주한 불롱드 장군을 감옥에 넣고 낮에는 가면을 쓴 채 성벽을 산책하도록 하라”는 왕명을 담고 있다. 하지만 철가면이 루이 14세의 쌍둥이 형제라는 소설에 푹 빠진 후세인들은 장드롱이 해독한 편지는 루이 14세가 파놓은 함정이라고 믿고 있다.

이밖에 고대 이집트의 문자 해독, 1차대전과 2차대전 당시 피 말리는 정보전, 앨런 튜링처럼 국가에 봉사했으나 업적이 ‘극비’에 붙여진 불행한 천재들의 이야기가 흥미 진진하다.

<코드 북> 과 같은 내용을 축약한 청소년판 <암호의 세계> 도 같은 출판사인 영림카디널에서 나와있다. <코드 북> 은 저자의 고향인 영국에서, <암호의 세계> 는 미국에서 베스트셀러였다. 두 책을 한 권씩 사서 부모와 자녀가 같이 읽어보라. 부모와 자녀가 암호 편지를 주고받을 수 있게 된다. 이원근 김희정 옮김.

김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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