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로 퇴직 이민을 갔다 돌아온 황봉연(남ㆍ56)씨는 2004년께 곰장어ㆍ쭈꾸미 전문점을 열었지만 늘어나는 빚 때문에 6개월 만에 문을 닫았다. 그는 창업전문가에게 실패요인 분석을 의뢰했다.
결과는 우선 곰장어ㆍ쭈꾸미 전문점이 대중적이지 못한데다 유행의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것. 그러면서도 위치는 손님을 끌 수 있는 대규모 상권이 아닌 동네 주변의 소형 상권이라는 게 패인이었다. 황씨는 "별다른 생각 없이 덜컥 창업을 한 게 화근이었다"며 "동네상권을 감안해 대중적인 고기집으로 업종을 바꾼 뒤에야 사업이 정상궤도에 올랐다"고 털어 놓았다.
연인들의 애정전선에만 궁합이 존재하는 건 아니다. 사람 사이 관계뿐만 아니라 음식과 지역 간에도 궁합이 존재한다. 음식의 종류와 지역 상권과의 연관성을 무시하고 창업을 택했다가는 쪽박차기 십상이다. 황씨의 경우가 바로 그런 경우다.
창업 전문가들은 창업 성공 요인 중 상권과 점포 입지의 중요성이 70% 이상을 차지한다고 입을 모은다. 상권과 점포 입지에 맞는 업종 아이템을 골라야 한다는 의미다. 그렇다고 큰 도로에 접한 대형 상권만이 능사가 아니다.
동네상권에서 호프집을 열었다가 자리를 옮겨 퓨전 선술집으로 성공을 거둔 위주현(여ㆍ49)씨는 지역 궁합에 맞는 업종 선택으로 대박을 거둔 케이스다. 그는 등촌동 사무실 밀집지역에서 주중에는 술을, 주말에는 바비큐를 판매하는 상점을 열었다.
이면 도로에 접해있지만 오피스텔이 많고, 빌라나 아파트가 가까이 있어 직장인과 가족단위 손님을 모두 끌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이를 통해 위씨는 요즘 한달 순수익만 1,000만원 가까이를 벌어들인다.
에프씨창업코리아 강병오 소장은 "발품을 팔아가며 상권내의 주 소비층, 경쟁 점포 수, 소비수준 등에 적합한 업종을 골라야 한다"며 "대형 상권일수록 전문화를 추구하고, 소형 상권일수록 복합화를 추구하는 게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안형영 기자 promethe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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