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표절 의혹이 제기된 이필상 고려대 총장에 대한 신임투표(13, 14일)를 하루 앞둔 12일 일부 단과대 교수들이 투표 거부 움직임을 보이면서 고대 사태가 다시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이 총장의 신임 투표를 통한 정면돌파 시도가 되려 일부 교수들의 반감을 사는 분위기여서 당장 투표 참여율 예측부터 쉽지 않을 전망이다.
서울 안암캠퍼스 문과대, 언론학부, 이과대, 정경대 교수들은 이날 잇따라 교수총회를 열고 ‘투표 보이콧’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과반수 참석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한 성명에서 “교수의회의 진상조사보고서와 총장 해명서를 검토한 결과 명백한 표절이라고 판단한다”며 “윤리 문제와 관련된 표절의 진위 여부를 투표로 결정짓겠다는 발상을 용서할 수 없다”고 교수들의 투표 불참과 총장 용퇴를 촉구했다.
앞서 이 총장은 9일 전체 교수회의에서 “하루 빨리 학내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1,200여명 교수 전체의 의견을 물은 다음 투표자의 과반수가 불신임하면 사퇴하겠다”며 신임 투표를 제안했다.
이 총장의 논문 표절을 강하게 주장해 온 교수의회 의장단도 이날 담화문을 내고 “투표자 과반수의 신임을 얻었다고 해서 논문을 표절하지 않았다는 결론이 나올 수 없음은 너무 분명하다”며 “이 총장이 당면한 표절 의혹 문제와 교수들의 신임 여부는 별개임에도 불구하고 이 총장은 그 사실을 교묘히 은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의장단은 투표 관리를 맡은 교원윤리위원회에 대해서도 “권한에 벗어나는 일을 왜 맡느냐”라며 위원장 사퇴를 요구했다.
교원윤리위원회는 이와 관련, “투표 관리를 맡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결정해 전자 투표는 기술위원회가 단독으로 맡게 됐다.
이 총장 측은 공식 움직임은 없었지만 의장단의 동향을 파악해 대책을 마련하는 등 ‘정중동’(靜中動)의 모습이었다. 단대ㆍ학부의 투표 불참 성명에 대해서도 “안암캠퍼스의 나머지 15개 단대ㆍ학부와 충남 조치원 서창캠퍼스 4개 단대ㆍ학부에서는 통일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며 조심스레 ‘찻잔 속의 태풍’으로 보는 입장이다.
한 측근 교수는 “신임 투표가 싫다면 다른 대안을 내놓아야 하는 것 아니냐”며 “(의장단의 움직임은)투표율을 떨어드려 재신임의 정당성을 빼앗겠다는 의도”라고 몰아세웠다. 그는 “표절을 확신한다면 재단 이사회에 법적 처벌을 요청하든지 교수의회에서 불신임을 발의하라”고 의장단에 역공을 폈다.
이현정 기자 agada@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