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많은 논란을 불러왔던 교원평가가 지난해 67개 학교의 시범실시에 이어 금년에는 500개교로 범위를 넓힌다고 한다. 그리고 금년의 시범실시를 끝으로 2008년부터는 1만여 개에 달하는 전국 초·중·고교의 교원들이 평가를 받게 될 것이란 교육부의 발표가 전해진다.
● 교육 부실화 제3의 요인들
교사의 수준과 책무성이 학교의 교육력 향상과 직결된다는 전제 하에 교원평가의 필요성은 이미 오래 전부터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번번이 교원 단체들의 반대에 부딪쳐 좌초되곤 했던 교원평가가 우여곡절 끝에 실시 쪽으로 탄력을 받게 된 데에는 학부모 단체들과 사회 여론이 주효했던 것으로 보여 진다.
그동안 교원평가와 관련해 시범실시조차 거부해 왔던 교원단체들의 입장은 그 주장의 옳고 그름을 떠나 교원들이 '철밥통'을 지키기 위해 평가를 기피한다는 사회적 비난을 자초했다. 교사들이 못미더워 평가를 하려한다면, 오히려 교원단체들이 솔선수범해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려는 전향적 자세가 필요했다.
지난해 11월 교육부가 의뢰해 한국교육개발원이 실시한 67개 교원평가 시범학교 운영결과는 대한민국 교사들의 우수성을 입증하는 결과였다. 평가에 참여한 동료 교원들의 89.9%가 교사의 업무수행능력이 '탁월·우수하다'는 평가였고 '미흡 또는 매우 미흡하다'는 평가는 고작 0.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조사결과는 부실한 학교교육의 문제가 교사들에 기인하기 보다는 교사 외적인 제3의 요인들에 의한 것임을 짐작케 해 준다. 문제는 우리네 유능한 교원들이 그들의 유능성을 발휘할 수 없도록 하는 그 무엇이 학교현장에 존재함을 의미한다.
제3의 요인들. 이를테면, 교사들의 시간적ㆍ심리적 여유를 허용치 않는 업무부담, 혁신이란 미명하에 쏟아내는 각종 개혁사례들, 표를 의식한 포퓰리즘적 교육정책, 무너진 가정교육의 책임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선생님들이 당면한 제반 문제들에 대한 해결이 없는 교원평가에 대한 환상적 기대는 신기루와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금년에 전국 500개 초ㆍ중ㆍ고교에서 교원평가 시범실시가 이루어진다고 하니 그 결과를 지켜볼 일이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전문가들과 이해 당사자들인 학부모 단체와 교직단체가 얼굴을 맞대고 국가의 교육 백년대계를 위한 편견 없는 교원평가의 유효성을 검증해야 한다.
교원평가를 통해 얻는 것과 잃는 것은 무엇인지 거시적 관점에서 논의 돼야 하고, 시범단계나 교원평가 초기단계에 나타날 수 있는 반짝 효과가 과연 얼마나 지속될 것인가의 문제도 짚어봐야 한다.
● 전면실시 기정사실화는 성급
모든 제도는 동전의 양면처럼 순기능과 역기능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그래서 새로운 제도의 도입에는 많은 검증이 요구된다. 그런데 지금의 교원평가제는 이제 검증단계에 접어든 것에 불과한데 우리사회는 효과성 검증이 시작도 되기 전에 전면실시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 점에서 2008년부터 전국 모든 학교들을 대상으로 교원평가를 실시하겠다는 교육부의 방침은 너무 성급한 것 같다. 좀 더 검토의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교원평가의 전면실시는 그 유효성 검증이 이루어진 후에 실시해도 결코 늦지 않다. 중요한 것은 제도의 도입이 아니라 제도의 실효성이기 때문이다.
오성삼 건국대 교육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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