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을 꿈꾸는 민주당 배럭 오바마(45ㆍ일리노이) 상원의원이 10일 미국 정치의 ‘세대교체’를 외치며 2008년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이로써 오바마 의원은 여성 대통령을 노리며 각종 여론조사에서 자신보다 앞서가고 있는 같은 당 힐러리 클린턴(뉴욕) 상원의원과 본격적인 경합을 벌이게 됐다. 오바마-힐러리 의원간의 한판 승부는 성ㆍ인종 경합 등의 요소때문에 민주당내 대선후보 경선에 대한 관심을 폭발적으로 끌어올리면서 이 대결 승자의 대선본선 경쟁력도 한층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오바마 의원은 이날 일리노이주 스프링필드의 옛 주정부 청사 앞에서 행한 연설에서 “매번 새로운 세대가 일어나 필요한 역할을 했다”며 “오늘 우리는 다시 한번 부름을 받았고 이제 우리 세대는 그 부름에 답할 때가 됐다”고 역설했다. 그는 ‘냉소주의와 부패, 정치 왜소증에 걸린 정부를 변혁할 새 세대의 전령’임을 자처하면서 세대교체와 변화의 기치를 확실하게 내걸었다. 그의 세대교체 주장은 80여년 만에 현직 대통령이나 부통령이 출마하지 않는 대선에 나서는 민주ㆍ공화 양당의 유력 후보들이 대부분 60대 이상인 점을 감안하면 40대인 그가 택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대선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오바마 의원이 출마선언 장소로 택한 옛 주정부 청사 앞은 ‘노예해방’의 영웅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이 1858년 “내부가 분열돼 있는 집은 서 있지 못한다”는 연설로 그의 정치적 역정을 시작한 곳이다. 그는 의도적으로 이 곳을 선택했을 뿐만 아니라 연설 곳곳에서 링컨 대통령의 말을 인용하면서 “링컨 대통령은 우리에게 말의 힘, 신념의 힘을 가르쳐 주고 있으며 인종과 종교, 신념과 신분의 그 모든 차이를 넘어서면 우리는 하나”라고 말하는 등 링컨 대통령을 자신의 이미지 형성에 활용하겠다는 의도를 숨기지 않았다. 그는 그러나 이날 연설에서 자신이 흑인 아버지와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흑인이라는 점을 부각시키지도 않았고 흑인으로서의 성장배경에 대해서도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오바마 의원은 2004년 민주당 대통령후보 지명을 위한 전당대회에서 찬조연설을 하게 된 것을 계기로 전국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됐다. 그는 2005년 의회 선거에 도전, 미 역사상 최초의 흑인 상원의원이 됐고 참신한 연설 등으로 주목 받으면서 가는 곳마다 놀라운 대중 동원력을 발휘, 확실한 ‘정치 스타’로 발돋움했다. 그러나 8년간 백악관 안주인을 지내는 등 돋보이는 정치경력을 지닌 힐러리 의원 등에 비해 상원의원 경력 2년이 고작인 일천한 경륜은 그의 무시 못할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는 이 점을 의식한 듯 “워싱턴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알 만큼의 시간은 워싱턴에 있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목표가 미국 경제를 디지털 시대에 맞게 재편하고 테러리즘과 싸우되 전 지구적 동맹을 구축하는 것 등이라면서 이라크 주둔 미군을 5월부터 단계적으로 철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출마선언 후 처음으로 방문한 아이오와주에서는 북핵 문제에 대해 “최선의 희망은 북미간 직접 대화”라면서 “북한이 ‘불량국가’라는 착각에 사로잡혀 있어서는 안되며 대화도 하지 않고 벌을 줘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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