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싹학교’의 교장 ‘곰인형’입니다. 학생들이 숙제를 제대로 안 해 게시판이 썰렁합니다. 선생님들은 숙제 검사ㆍ채점을 철저히 해주세요. 오늘은 제가 먼저 소설 이벤트를 시작하겠습니다. 인기 댓글이나 방문수가 많으신 분께는 특별히 ‘3학년’씩 올려드리겠습니다. 여러분의 많은 참여가 우리 학교를 살리는 점, 명심해주세요.”
학교에서 이뤄지는 교장과 교사들의 대화 같지만 사실은 인터넷에서 운영되는 ‘체벌학교’회원들이 나누는 대화 내용이다. 카페‘교장’ A(8)양이 “엉덩이를 50대를 때려주세요”라고 숙제를 내면 다른 초등학생들은 옷을 벗은 여자 엉덩이를 마구 때린 다음 새빨개진 엉덩이 사진을 올린다. 숙제를 잘한 학생은 상으로 ‘학년’이 올라간다.
초등학생들이 인터넷을 통해 채찍이나 회초리로 이성을 때리는 장면을 담은 사진을 게재하는 이른바 ‘체벌카페’를 운영하다 적발돼 충격을 주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11일 음란사진과 체벌사진을 공유하는 체벌카페를 운영한 혐의로 A양 등 미성년자 7명을 조사한 뒤 훈방했다고 밝혔다. 경찰이 지난해 9월부터 올 1월까지 적발한 417개 카페 중 운영자의 20%, 적발된 15명의 운영자 중 5명이 초등학생, 2명이 중학생이었다.
경찰조사결과 A양 등은 부모의 주민등록번호를 알아낸 뒤 카페를 만들어 회원 6,000여 명을 관리, 운영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카페에는 온통 알몸의 여성들이 채찍이나 회초리 등으로 체벌 받는 사진이 실려있다. 각종 소설과 만화 역시 비정상적 체벌을 다루고 있다. 심지어 자신을 “스무 대만 때려달라”는 글도 올라와 있다.
참교육을 위한 학부모회 박이선 수석부회장은 “너무 놀랍고 충격적이다”며 “이런 카페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는데 아이들을 어떻게 단속해야 하나 막막할 뿐”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들 중 상당수가 부모 명의가 아닌 자신의 이름으로 카페를 만들어 운영해 왔는데도 포털사이트가 이를 전혀 제재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관리 소홀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정보통신윤리위원회 관계자는 “2005년부터 정보통신망이용 등에 관한 청소년보호책임자제를 도입, 포털사이트 스스로 불법 음란카페 운영을 단속하도록 했다”며 “하지만 실제 회사들이 어떻게 단속하는 지에 대한 관리, 감독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양대 정보사회학과 윤영민(51) 교수는 “자극적이고 음란한 소재를 가지고 조회수를 높여 인기 카페가 되고 싶어하는 어린이들의 심리 때문”이라며 “포털사이트의 자체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하는 방법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현정 기자 agada20@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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