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터키 작가 오르한 파묵이 극우 민족주의자들의 위협을 피해 미국으로 피신, 장기 체류키로 했다고 프랑스 일간 르 피가로가 최근 보도했다.
르 피가로에 따르면 파묵은 지난 1일 미국 뉴욕행 비행기에 오르며 행선지를 공개하지 않았고, 터키로 돌아가는 날짜도 확정하지 않았다. 측근들도 그의 미국행 관련 언급을 거부했다. 뉴욕 컬럼비아 대학에 방문교수로 재직할 예정이던 파묵은 그곳에 거주하며 강의와 새 소설 집필을 병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파묵의 미국행은 아르메니아계 터키 언론인 흐란트 딩크가 살해된 뒤 계속된 극우 민족주의자들의 신변 위협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는 2005년 스위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터키는 쿠르드인 3만명과 아르메니아인 100만명을 살해했지만, 누구도 이것을 문제 삼지 않는다”고 비판, 국가모독 혐의를 받아 터키 검찰에 기소된 바 있다.
딩크 살해 공범으로 체포된 야신 하얄은 최근 이스탄불 법정으로 이송되는 과정에서 취재진을 향해 “오르한 파묵, 현명해야 한다”고 고함을 질렀고, ‘복수를 위한 터키 특공대’란 조직은 딩크의 시신이 든 사진과 “다른 죽음이 있을 것”이란 문구가 적힌 파묵의 사진을 유포하는 등 파묵에 대한 살해 위협이 끊이지 않았다.
박선영 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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