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베이징에서는 대북 에너지 지원비용 분담을 둘러싼 6자 회담 당사국간 치열한 줄다리기가 계속됐다. 이날 베이징(北京) 한 식당에서 열린 한러 수석대표 오찬 회동은 1시간 늦게 열렸다. 중국이 대북 채권 80억 달러도 받지 못한 상황에서 추가 대북 지원에 나설 수 없다는 러시아를 설득하기 위해 마련된 중러 긴급 회동 때문이었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한미 수석대표들은 사사에 겐이치로(佐佐江賢一郞) 일본 수석대표를 수시로 만나 설득했다. 하지만 이 와중에 나카야마 교코(中山恭子) 일본 총리 납치문제 특보는 “일본이 대북 경제ㆍ에너지 지원을 하지 않기로 결정하더라도 다른 참가국들로부터 따돌림 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쐐기를 박았다. 7월 중의원 선거 등을 의식, 납치자 문제 해결 진전 이전의 대북 지원은 어렵다는 일본의 입장은 확고해보인다.
북한 핵 시설의 폐쇄로 가닥을 잡은 뒤 대북 지원문제가 부상하자 그간 회담의 중심에 서지 못했던 러시아와 일본이 걸림돌이 되는 듯한 분위기다.
한국과 미국, 중국은 속이 탔다. 천영우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은 알렉산드르 로슈코프 러시아 수석대표를 만나기 전 “북한을 제외한 5개국이 상응조치를 취하는데 인색하거나 주저해서는 안 된다”고 러ㆍ일을 압박했다.
제네바 합의를 연상시키는 중유 현물 지원에 난색인 미국의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도 꼬인 실타래가 풀리지 않자 회담장인 댜오위타이(釣魚臺)를 떠나 시내 미술관에서 머리를 식혀야 할 정도였다. 한미간 신경전도 감지됐다. 뉴욕타임스가 대북 중유제공이 한국 단독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보도하자 한국은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즉각 반박했다.
중국은 지원 분담 등을 논의한 이날 양자 접촉을 정리하는 오후 6자 수석대표회의를 진행한 뒤 예고없이 양자 접촉 지속을 제의, 미중 한미 등은 밤중까지 양자접촉을 가졌다. 강행군을 해서라도 합의문서 수정안이라도 조속히 마련하고자 하는 중국의 안간힘이 읽힌다.
한편 북한은 이날 저녁 조총련기관지인조선신보를 통해 1월 북미베를린 회동의 결과를 전격공개, 미측을 우회적으로 압박했다.
돈과 직결되는 에너지 지원 분담 논의가 진행되자 관련국들의 협상은 이제 외교전(外交戰)의 양상을 띠고 있다.
베이징=이영섭 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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