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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희의 막전막후] 뮤지컬 '천사의 발톱' 비장한 남성성의 과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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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희의 막전막후] 뮤지컬 '천사의 발톱' 비장한 남성성의 과부하

입력
2007.02.09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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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처에 뮤지컬이다. ‘정극(正劇)’과 ‘실험극’으로 분류되는 기존의 방식을 빗대어 말하자면 작금의 공연시장은 뮤지컬이 관객맞이에서 ‘정통’의 권좌를 과시하고, 관객들 감각의 끝 간 데를 ‘실험’하고 있는 형국이다.

광화문에서는 수입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 이 사랑의 불멸성을 호소하고 이국의 섹슈얼리티를 만개하면서 성황리에 공연 중이다. 그리고 우면산 아래서는 이식에서 자생의 단계로 도약하기를 꿈꾸는 창작 뮤지컬 한 편이 오랜 준비 기간 끝에 알을 깨고 모습을 드러냈다. 1990년대 화제작 <남자 충동> 으로 알려진 조광화의 신작 뮤지컬 <천사의 발톱> 이 날개를 편 것.

이 작품은 드물게도 중년 남성 관객이 유인될만한 서사를 취하고 있다. 형제를 죽이고 위장된 삶을 사는 주인공 ‘이두’. 용광로 같은 젊음 속에서 쇳물을 안으로 끓여 자신을 제련해 중년을 맞이하지만, 어느 날 둥지로 날아든 어린 새 같은 불량 소녀에 대한 욕망으로 눌러놓은 악마성이 분출된다는 줄거리다. 어긋난 사랑, 배신과 복수, 선악의 투쟁 등을 인물들 간의 극한적 대립 속에서 비극적으로 그리고 있다.

로리타 콤플렉스, <지킬과 하이드> , 브레히트의 <사천의 착한 사람> 등 친숙한 모티브들을 들출 만큼 많은 서사 요소들을 만날 수 있고, 홍콩 느와르 분위기와 동화의 패러디적 인용이 돋보인다. <피터 팬> 을 비틀고 억압된 리비도를 들춰, 후크 선장에 비유되는 중년 남자의 <소녀 웬디 욕망하기> 등 앙상한 타 뮤지컬의 관습적 스토리 라인에 비하면 과부하가 걸릴 정도다.

무엇보다 지나치다 싶은 것은 이 작품이 담고 있는 여성 캐릭터의 창조 방식이다. 일본 만화 속에서 튀어 나온 듯한 짧은 치마 교복차림을 하고 시종 일관 교태를 부리는 소녀 희진, 그리고 실크 원피스 아래 육감적인 실루엣으로만 존재하는 마담의 육체, 중성화된 횟집 아줌마의 희화 등 남성의 성적 판타지가 일방적으로 왜곡한 여성의 이미지들은 이 작품에 담긴 이야기 가치의 전달을 막을 만큼 통속적이다.

노래는 모두 28곡이 선보이는데, 밀수와 폭력배들의 세계를 모방하다 보니 강한 비트와 비장미가 주종을 이룬다. 문제는 노랫말이다. 20년의 세월을 구겨놓다시피 요약하는 1막에선 주로 줄거리를 설명하는 산문적 기능을 수행하고, 작품의 컨셉트를 웅변하는 직설을 날것대로 담고 있다.

뮤지컬의 예술적 정화력은 어느 지점에서 가능할까? 그것은 삶의 통속성을 얼마나 ‘시적으로’ 다룰 수 있는가 하는 점 아닐까? 일상 속에 깃든 각종 자극의 볼륨을 낮추고, 노래가 시가 되는 순간을 꿈꿔본다. 장르의 산업적 태생을 넘어 신명의 해방적 고리를 고안해내면서 극장이 시를 들려줄 수 있을 때, 창작 뮤지컬은 비로소 진정한 자생의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다. 3월 4일까지,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 극작ㆍ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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