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혜령 글ㆍ김성철 사진 / 소나무 발행ㆍ255쪽ㆍ1만1,000원오행미·방아·왕고들빼기…
바야흐로 ‘웰빙 푸드’ 시대다. 많은 이들이 인스턴트 식품과 육식이 점령한 밥상을 물리고 유기농, 생식 등 건강을 가꾸는 식단을 추구한다. 하지만 잡지기자ㆍ방송작가 생활을 청산하고 5년째 농부로 살고 있는 저자는 이런 현상이 염려스럽다.
“먹는 법이 사는 법”이란 헬렌 니어링의 말을 곱씹어볼 때 겉멋과 상업화에 물든 요즘의 ‘잘 먹는 일’은 ‘잘 사는 일’과 무관해 보이기 때문이다. 하여 저자는 전국 면면촌촌을 돌며 10명의 유기농 농부를 찾았다. 자연과 조화하는 그들의 생활과 밥상을 보여주며 진정 건강한 삶이 무엇인가에 대한 동의를 구한다.
원경선 선생과 함께 풀무원 공동체를 처음 일구었던 김종북 장금실 부부. 전남 진도에서 농장을 운영하는 이들의 밥상은 상추 쑥갓 방아 왕고들빼기 등 푸성귀로 가득하다. 육식보단 자연식을 하면서 잔약하던 몸도 건실해졌으니 “몸으로 가난한 삶이 참 좋다”는 것을 배웠단다.
전남 벌교에서 벼농사를 짓는 강대인 농부는 자타 공인 ‘벼박사’다. 동의보감에 언급됐으나 멸종됐다고 여겨지던 오행미(백미 현미 적미 녹미 흑미)를 홀로 연구에 매진한 끝에 되살렸다.
살충제로 쓰는 백초액은 집안 어른들의 말씀을 기억했다가 산야초와 해초를 섞어 만들어 ‘마셔도 아무 탈 없다’.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전남 문유산 자락에 들어앉은 한원식 농부의 밥상엔 밥이 유독 빛난다. 멥쌀 현미는 물론, 콩 수수 팥 등 스무 가지도 넘는 잡곡이 들어가 모양과 빛깔만으로도 충분히 배가 부르다.
조촐한 밥상과 소박한 심성으로 살아가는 이 책의 농부들은 한결같이 “사람이란 결국 자연이 아니던가”라고 되묻는 듯하다. 이런 진지한 생각을 일깨우지 않더라도 유기농에 관심 있는 독자에겐 유용한 레시피(recipe)가 될 만한 책이다.
이훈성 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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