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서울 강남지역 아파트 가격의 바로미터인 은마아파트 앞 종합상가. 오후 1시께 아파트 시세를 묻기 위해 부동산 중개업소를 찾았지만 20여개 업소 중 문을 연 곳은 3~4곳에 불과했다. 그마저도 손님은 어디서도 찾아 볼 수 없었다.
S부동산 관계자는 “아파트를 사겠다는 사람이 없는데다 단속까지 겹쳐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라며 “올들어 1ㆍ11대책 등 으로 아파트가격이 주춤하자 매수 대기자들이 가격이 떨어지기를 바라며 관망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은마 31평의 경우 호가는 11억3,000만~11억5,000만원에 형성되고 있지만 매수 희망자가 전무해 시세 자체가 형성되지 않고 있다”며 “10억5,000만원대의 급매물이 한두개씩 나오고 있다”고 귀띔했다.
주택시장이 깊은 겨울잠에 빠졌다. 대출 규제와 분양가 인하를 골자로 한 1ㆍ11대책이 발표된 지 한달이 되면서 시장에는 한기가 돌고 있다. 정부의 잇단 대책에도 꿋꿋하게 버텨왔던 서울 등 수도권에서 가격을 낮춘 매물들이 서서히 등장하면서 가격하락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다. 매수심리도 꽁꽁 얼어붙어 급매물이 나와도 팔리지 않고 있다.
투자수요가 상대적으로 많았던 서울 강남권 저층 단지들은 하락폭이 깊다. 1ㆍ11대책 여파로 매물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서울과 경기 재건축 아파트 값은 작년 여름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변동률을 기록했다.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분양가 상한제 도입으로 조합원들의 부담이 늘어난데다 1인 1건 대출 제한으로 직격탄을 맞은 탓이다. 지난해부터 끊임없이 고공행진을 계속해왔던 개포ㆍ반포동 일대 재건축아파트에서는 평형에 따라 작년말보다 1억~2억원 떨어진 매물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10월 신도시 발표와 함께 치솟았던 인천 검단신도시 인근 집값도 제자리를 찾고 있다. 인천 서구 마전ㆍ당하ㆍ불노동 일대는 신도시 발표 당시 ‘투기 광풍’이 일면서 가격상승이 이어졌지만 8일 현재 이 일대 아파트 값은 진정 국면을 찾아가고 있다. 김광석 스피드뱅크 팀장은 “신도시 후광효과를 기대하는 사람들이 갑자기 몰리면서 급등세를 보였지만 개발재료가 이미 상당 부분 반영된데다 대출 규제로 외지인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고 말했다.
그 동안 부동산시장의 우량주로 평가받던 목동, 분당, 과천 아파트 값도 맥을 못추고 있다. 전체적으로 재건축 단지들이 하락세를 주도하는 가운데 중층 재건축이나 일반 아파트에도 하락세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과천시 별양동의 C중개업소 관계자는 “오를만큼 올랐다고 인식한 집주인들이 호가를 3,000만~5,000만원씩 낮춰 매물을 내놓고 있지만 이 정도 가격대로는 매수세가 전혀 없어 가격이 더 내려갈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그 동안 지분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거품 우려까지 제기되던 뉴타운 및 재개발 시장 역시 1ㆍ11대책으로 거래가 줄어 잠잠한 분위기다. 이미 작년부터 재정비촉진지구에서 6평이상 지분에 대해 거래허가제가 시행되면서 수요가 크게 줄어든데다 이번 대책으로 조합원 부담이 늘어나 사업성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더욱이 서울시가 올 상반기로 예정했던 4차 뉴타운 지정을 유보키로 하면서 후보지로 거론됐던 지역들은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하지만 상반기 추가 지정될 강남 대체 신도시 후보지로 오르내리는 지역에서는 비정상적인 급등세가 나타나고 있다. 경기 광주 오포읍, 용인 모현면 일대의 아파트, 빌라, 토지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용인 모현면의 B중개업소 관계자는 “수요자들의 문의 전화가 너무 많아 핸드폰 배터리를 하루에 여러번 갈아야 할 정도”라며 “신도시로 지정되지 않을 경우 급락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혁기자 hyukk@hk.co.kr안형영기자 Promethe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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