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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지성계의 주변인 '게오르그 짐멜 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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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지성계의 주변인 '게오르그 짐멜 선집'

입력
2007.02.09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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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오르그 짐멜 지음ㆍ김덕영 등 옮김 / 길 발행ㆍ전3권 각권 201~256쪽ㆍ각권 1만5,000원

우리는 사회학 하면 흔히 에밀 뒤르켐이나 막스 베버, 카를 마르크스를 떠올린다. 그러나 게오르그 짐멜(1858~1918)도 그 반열에 넣어야 할 사회학의 거목이다. 19세기 산업화 이래 자본주의적 생활양식은 개인과 사회를 각인시키는 힘으로 작용하게 된다. 사회학은 이러한 역사적 격동기에 생겨난 신생 학문이다.

그 전까지 국가나 교회 같은 제도를 연구하던 사회과학이나 존재, 이성, 도덕 등을 다루던 철학은 다양하게 분화하는 사회의 여러 현상들을 설명하기에는 너무 고루한 틀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리하여 사회를 이루는 개인들 사이에 형성, 진행되는 상호작용들과 그 형식들을 고찰하는 사회학이 생겨나게 되었고 이러한 사정은 경제학, 심리학, 인류학 등도 마찬가지였다. 문제는 모든 사회의 다양한 현상들을 고찰하는 방법론과 인식론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였다.

짐멜은 세기 전환기에 가장 영향력 있는 지식인들 가운데 하나로서 베버와 더불어 독일 사회학의 기초를 마련하였으며 블로흐, 루카치, 아도르노, 만하임 등 여러 사상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그의 연구영역은 문화철학, 문화사, 예술철학 및 인류학 등을 두루 포괄한다. 그는 미켈란젤로, 렘브란트, 괴테, 로댕과 같은 예술가들을 논구하였을 뿐만 아니라 ‘유행’과 같은 당대의 취미, 문화비평, 여성운동과 같은 정치적 사회적 문제들, ‘식사의 사회학’과 같은 일상문화의 현상들을 다루었다. 이러한 학제적인 주제들을 주로 에세이 형식으로 서술한 그는 그밖에도 철학과 사회학의 분야에서 전문적인 논문들을 저술하였다.

처음에 다윈, 니체, 마르크스 등의 영향을 받았고 나중에 신칸트학파와 생의 철학을 전유한 짐멜 사상의 요체는 사회학적 인식과 이론화 작업을 역사적ㆍ일상적인 형상들에 대한 구체적 분석과 결합시켰고 사회 전체뿐만 아니라 문화의 다양한 측면들도 대립적ㆍ이원적인 운동과 힘들(정신-물질, 형식-힘, 과정-구조)이 객관화한 현상으로 파악한 점에 있다.

이를 통해 그는 사회현상을 개인과 집단, 지배와 종속, 갈등과 계약, 비밀과 공공성, 소유와 가난, 인간과 집단의 자아보존과 공간적 배치 등의 형식적 범주들을 가지고 기술할 수 있었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짐멜의 사회학을 형식사회학, 미시사회학 또는 사회학적 미학 등으로 특징짓는다.

짐멜은 기독교로 개종한 유대인 상인 가족의 일곱 남매 중 막내로 1858년 베를린에서 태어났다. 베를린 대학에서 역사학, 민족심리학, 철학, 이탈리아어, 예술사 등을 공부한 그는 칸트에 대한 연구로 1885년 박사학위와 교수자격을 취득한다.

그 뒤 그는 베를린 대학에서 강의하며 경력을 쌓아갔지만 당시 만연한 반유대주의 분위기 속에서 인정받지 못한 채 오랫동안 부교수의 신분으로 머물러 있어야 했다. 그는 1914년에야 슈트라스부르크 대학 철학부에 정교수가 되었지만 4년 뒤 사망하여 그곳에 묻힌다.

우리나라에서 짐멜은 <돈의 철학> 으로 알려져 있을 뿐 그의 수많은 저작들은 연전의 <짐멜의 모더니티읽기> (새물결, 2005)를 제외하고 거의 번역되지 않았다. 독일에서도 80년대 이래 새로이 주목받게 된 짐멜은 주어캄프 출판사에서 총 24권의 전집으로 출판되고 있다.

베버와 함께 사회학의 양대 산맥을 이루는 짐멜의 수용이 그간 미미했던 이유는 거시적인 것을 논하기보다 일상적이고 단편적인 현상들을 일견 비체계적ㆍ비과학적으로 사유하면서 에세이 형식으로 서술하는 그의 독특한 스타일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어 바로 그 점이 그가 르네상스를 맞게 된 이유가 되고 있다.

이번에 도서출판 길에서 출판된 선집 중 1권 <게오르그 짐멜의 문화이론> 은 <철학적 문화> (1911)에 실린 글들을 비롯해 문화에 관한 짐멜의 주요 글들을 모았다. 역자가 해제에서 밝히고 있듯이 문화사회학이라기보다 문화철학에 가깝다. 오늘날 문화연구 내지 문화학이 새로운 인문학의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문화의 본질과 변동과 위기에 관한 짐멜의 통찰들은 더 없이 중요한 시사점들을 제공할 것이다.

2권 <근대세계관의 역사> 는 근대를 대표하는 사상가들로서 칸트, 괴테, 니체를 논구한 글들을 모았다. 이 사상가들을 비교하면서 짐멜은 근대적 세계관의 특징을 설파하였다. 3권 <예술가들이 주조한 근대와 현대> 는 미켈란젤로, 렘브란트, 로댕에 대한 예술철학적 에세이들로서 이들 예술가의 작품세계에서 짐멜은 모더니티, 개인주의, 생의 철학 등 근대와 현대의 정신을 읽어낸다.

최성만ㆍ이화여대 독어독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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