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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에너지냐, 생명의 보고냐 '딜레마에 물든 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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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에너지냐, 생명의 보고냐 '딜레마에 물든 서산'

입력
2007.02.09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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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생산하려고 세계적인 갯벌을 훼손해선 안된다.” “친환경에너지를 쉽게 얻을 수 있고,갯벌에 미치는 영향도 미미하다.”

세계 5대 갯벌로 꼽히는 충남 서해안 가로림만에 대규모 조력 발전소 건설이 추진되면서 ‘갯벌파괴’ 논란이 일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발전시설이 들어서는 방조제가 생길 경우 만 안쪽에 형성된 갯벌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이다. 추진주체인 산자부는 바닷물 왕래에 지장을 주지 않아 별 문제가 없다고 보지만 지역어민과 환경단체, 자치단체는 갯벌이 줄어들 것이라고 반발, ‘제2의 새만금 사태’로 비화할 가능성도 있다.

●2012년까지 발전소 건립 예정

8일 서산시에 따르면 산업자원부와 ㈜한국서부발전은 서산 대산읍 내리~태안 이원면 오지리 사이의 가로림만에 48만㎾ 규모의 조력발전소를 2012년까지 건립키로 하고 현재 사업타당성 조사와 환경영향 평가를 진행중이다.

가로림만은 1981년 조력발전소 제1후보지로 선정될 만큼 서해안 최대의 조수 간만차(8m)를 보이는 곳이다. ㈜한국서부발전은 이곳을 2,053m 길이의 방조제로 막아 2만㎾짜리 발전기 24기를 설치, 밀물과 썰물 가운데 하나를 발전에 활용하는 단류식 발전소를 계획하고 있다. 조력발전소가 건설되면 현재 건설중인 시화호 조력발전소(25만㎾)에 이어 국내 2호로 연간 137만 배럴의 유류대체 효과와 54만여톤의 탄소배출 저감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조력발전소는 환경부담금을 크게 줄일 수 있고, 서산~태안간 방조제 건설에 따른 교량 건설비 절감효과도 1,200억원을 웃돈다는 것이 발전당국의 설명이다. 산자부와 한국서부발전은 지난 8월 조력발전 단가를 고시한 데 이어 10월부터는 보상용역까지 착수하는 등 사업추진을 구체화하고 있다.

●주민들 “갯벌파괴 불 보듯”

서산시와 지역주민, 환경단체의 조력발전소 반대입장은 완강하다. 해안선만 160여㎞에 이르고 풍부한 수산, 생태, 경관 자원이 골고루 분포한 가로림만 일대는 대산, 지곡, 팔봉 등 3개 읍면 13개 어촌계 3,000여가구의 어민들의 생활터전이다. 맨손어업으로 연평균 2,000여톤의 바지락, 굴, 낙지 등을 잡아 가구당 3,000만원 이상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주민들은 조력발전소 방조제가 설치되면 이로 인해 조석간만의 차이가 심해져 ▦생태계 변화로 먹이사슬 파괴 ▦해류변화에 따른 토사ㆍ부유ㆍ유기물 퇴적 ▦수질악화 ▦회류성 어류의 물길차단으로 산란장 파괴 등이 우려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산읍 웅도리 이장 윤병일(56)씨는 “가로림만 갯벌은 바지락과 굴 등 각종 해물이 지천으로 널려 있어 호미 하나만 있어도 평생 먹고 살 수 있다”며 “발전소를 만들기 위해 어민들을 내쫓아선 안된다”고 반발했다.

서산시도 2005년 6월 조력발전소 건설 계획이 가로림만 연안관리지역계획에 포함되어서는 안 된다는 건의서를 해양수산부에 제출한 데 이어 이달 초 부서별로 세부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조규선 서산시장은 “조력발전소 건설에 따른 각종 우려사항에 적극 대처하기 위해 종합 대응책 마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서산태안환경연합의 이평주 사무국장도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해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해 신재생 에너지를 생산한다는 명분으로 천혜의 갯벌을 파괴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서산=이준호기자 junh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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