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이틀째로 접어든 5차 6자 회담 3단계 회의의 무게 중심은 북미 담판으로 넘어갔다. 중국측이 제시한 합의문서 초안을 놓고 핵심 당사자가 줄다리기를 펼치는 본게임인 셈이다. 본게임 1라운드인 첫 북미 접촉은 상쾌하게 출발했다. 하지만 회담 관계자는 언론의 전망이 낙관 일색으로 흐르자 “세부적으로 의견이 상충되고 있다”며 논조를 중립 방향으로 유도했다.
북미 수석 대표들은 베이징(北京)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이날 오전 열린 6개국 수석대표회의를 마친 뒤 인근 리츠칼튼 호텔의 한 식당으로 자리를 옮겨 합의문 조율 작업을 개시했다. 오찬을 겸해 진행된 접촉에서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와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은 합의문 초안의 쟁점을 놓고 2시간여 동안 논의를 진행했다.
김 부상은 호텔을 나서며 “일련의 문제에서 의견 일치를 본 것이 있다”며 “전반적으로 일련의 대치점도 있는데 이는 노력해서 타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힐 차관보는 밝은 표정으로 “조심스럽게 낙관한다”고 말했다.
특히 김 부상은 “병아리가 알을 깨기 전 몇 마리인지 세지 말고 기다려달라”고 말했다. 콘돌리사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8일 상원 청문회에서 6자 회담 전망과 관련해 이런 표현을 쓴 것을 염두에 둔 듯하다. 이 말은 원래 ‘김칫국부터 마시지 말라’는 뜻인데, 일각에서는 공감대를 형성한 북미 양측이 ‘표정 관리’를 하고 있다는 해석을 내놓았고, 다른 쪽에서는 ‘완전한 합의가 나오기 전까지 합의된 것은 없다’는 협상 원칙을 강조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힐 차관보도 북미 회동 직후 ‘병아리론’을 전개, 이 표현은 회담의 최대 유행어가 됐다.
북미 접촉 후 중국측은 5개 참가국 대표들과 잇따라 만나 초안에 대한 각국의 입장을 1차 수렴했고, 한미일 3국은 3자 접촉을 진행했다. 또 오후 6시부터 30분동안 남북 수석대표들이 만났다. 회담 관계자는 “북측은 진지하고 실무적인 자세로 남북 접촉에 임했다”고 전했다.
양자 접촉이 길어지는 바람에 오후 수석대표회의는 열리지 않았다. 저녁에는 다이빙궈(戴秉國) 중국 외교부 상무부부장 주최 회담 대표단 만찬이 진행됐다. 임성남 한국측 대표는 브리핑을 통해 “회담 상황을 긍정이나 부정, 두개 중의 하나로 평가하기 어렵다”고 회담 진행 상황을 설명했다.
베이징=이영섭 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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