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승리는 없습니다. 아체주의 복지를 위한 영원한 투쟁만이 있을 뿐입니다.”
지난해 12월 인도네시아 역사상 처음으로 실시된 아체주 지방선거에서 첫 민선 주지사로 선출된 이르완디 유수프(47ㆍ사진)가 8일 주도 반다 아체에서 취임식을 가졌다. 수의사에서 반군 지도자로, 반군 지도자에서 주지사로 숨막히는 변신을 보여준 그의 극적인 이력에 정점을 찍는 순간이었다.
수마트라섬 북단의 아체주는 1951년 인도네시아에 강제 합병된 이래 30년 가까이 분리독립 문제를 놓고 반군과 정부군 사이에 무력충돌이 끊이지 않았던 유혈의 땅. 인도네시아 가스와 석유의 약 70%가 생산되는 이 천연자원의 보고에서 양측의 유혈사태로 목숨을 잃은 사람만 1만5,000명에 달한다.
1960년 아체에서 태어난 유수프는 1987년 반다 아체의 시아쿠알라 대학 수의학과를 졸업한 수의사 출신이다. 88년부터 이 대학 강사로 수의학을 가르치며 수의사를 겸업했고, 93년에는 미국 오리건대학에서 수의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그러나 아체주의 분리 독립운동을 주도해온 반군 자유아체운동(Free Aceh MovementㆍGAM)에 가담하면서 그의 인생은 급격한 커브를 틀었다. GAM의 대변인이던 그는 2003년 반역 혐의로 투옥됐고, 2004년 12월 아시아를 강타한 지진해일이 감옥까지 삼켜버리면서 침수된 감옥을 탈출, 자유를 되찾았다.
하지만 쓰나미는 모든 상황을 바꿔버렸다. 지진해일의 최대 피해지역이었던 아체주의 엄청난 폐허 앞에서 반군과 정부군의 평화협상은 불가피했고, 반군은 정부군에 구호활동을 위한 휴전을 제안했다. 정부군이 이를 받아들여 지난해 8월 15일 양측은 GAM은 독립을 포기하고 인도네시아 정부는 아체주에 지방자치권을 부여하는 헬싱키 협약을 맺었다. 쓰나미가 뿌린 씨앗이 활짝 만개하는 순간이었다.
협약에 따라 실시된 첫 자치선거에서 38.2%의 득표율로 압승을 거둔 유수프는 당선 직후 지역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선거에서 이기는 것은 쉽다. 진짜 어려운 일은 이제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는 종교 지도자들과 반군 수뇌부의 권고를 받아들여 마지못해 출마한 후보였습니다. 주지사가 됨으로써 자유를 잃게 될 테니 이제 나는 감옥에 갇히는 것과 마찬가지겠죠. 하지만 우린 여전히 쓰나미의 폐허 속에 있습니다. 피해 복구를 위해 경제회복부터 일궈내겠습니다.”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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