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화탄소가 한국 제조업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유럽연합(EU)이 2012년부터 자동차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8% 감축키로 한데 이어, 미국마저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축을 규정한 교토협약 가입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진국에 비해 준비가 덜 된 한국 제조업의 경우 새로운 기준이 시행되면, 자동차와 철강 석유화학 비금속광물을 중심으로 국제 경쟁력 약화가 우려되고 있다.
8일 관련업계와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한 이산화탄소 배출량 규제 정책이 힘을 얻고 있다. 스타브로스 디마스 EU 환경담당 집행위원은 7일 2012년부터 유럽에서 시판되는 자동차의 이산화탄소배출량 기준을 현재의 ㎞당 162g에서 130g으로 18% 줄이는 법안을 제안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기업에 불리하다’며 교토의정서 비준을 거부했던 미국 정부도 GE와 듀폰, 알코어 등 자국 환경관련 기업의 압력과 환경을 중시하는 민주당의 의회 장악에 따라 이산화탄소감축 움직임에 동참할 준비를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산화탄소 배출규제는 지구 환경을 보전한다는 고결한 대의명분에도 불구, 한국 제조업에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급격한 환율하락으로 가격 경쟁력이 약화한 국내 자동차 업계의 경우, 유럽에서만 5,000억원 이상의 추가 부담이 예상되고 있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업체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조기에 획기적으로 낮추지 못하면 유럽에서 일본 토요타와 혼다에 대한 가격 경쟁력은 각각 대당 210유로(25만원)와 120유로(14만원) 가량 떨어진다. 현대ㆍ기아차의 이산화탄소 배출량(170g/㎞)이 토요타(163g/㎞), 혼다(165g/㎞) 보다 많아, 기준 초과에 따른 부담금이 크기 때문이다. 2006년 유럽시장 수출물량을 감안할 경우, 현대ㆍ기아차가 부담할 추가 비용은 약 4억6,000만유로(5,579억원)로 예상된다.
LG연구원은 또 “2012년부터 국제적으로 이산화탄소 규제가 본격화할 경우 한국 경제가 부담할 비용은 초기 3년간 최소 1조2,000억원에서 2조원 가량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정부가 탄소세를 부과하면 한국 경제의 생산비용이 연 평균 4조원 가량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연세대 화학공학과 ‘에너지-환경공학연구실’ 분석에 따르면 1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할 때마다 약 20달러의 세금을 부과하면, 1차 금속(5,690억원)과 석유ㆍ석탄(8,660억원)을 중심으로 제조업에서만 2조3,010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여기에 전력(4,690억원), 도시가스(1,330억원)까지 포함하면 탄소세에 따른 국민 경제적 부담은 4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한편 LG경제연구원 이서원 책임연구원은 “기존 제조업에는 부담이 될 수 있으나, 환경관련 사업을 모색하는 기업에게는 새로운 도약의 계기가 될 것”이라며 “환경분야에 대한 정부 지원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조철환 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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