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은 했지만 확인된 실상은 더 참담하다. 전국 사립대 자연계 학생들에게 고교 수학문제를 풀게 했더니 100점 만점에 평균 30점도 안 됐고, 중학문제에서도 60점 미만의 낙제점수가 나왔다.
한 마디로 우리나라 평균적 이공대생들의 기초학력이 정상적인 대학교육을 받을 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얘기다. 조사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서울대, 연ㆍ고대 등 세칭 명문대도 고교 수학을 아예 정규과목으로 편성해 가르치고 있는 형편이다. 이런 판국에 대학의 질이 어떠니, 미래 국가경쟁력이 어떠니 논하는 것은 부질없다.
이 지경이 된 원인은 간단하다. 당국을 포함한 교육계 전체가 교육목표에 대한 큰 틀의 고민 없이 현실적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땜질식 처방으로 일관한 때문이다. 수학ㆍ물리ㆍ화학 등은 아이들이 공부하길 꺼리고, 이로 인해 사교육 수요도 크다고 하니 선택과목으로 만들거나 학습 난이도를 크게 낮춰 싫으면 공부 안 해도 되게 만들어 버린 결과다.
더욱이 곧 윤곽이 나올 8차 교육과정안에서는 수학ㆍ과학을 기술ㆍ가정과 한 과목군으로 묶어 학생 선택권을 더 넓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니 자칫 수학ㆍ과학 교육의 도태까지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최근 자국의 산업경쟁력 약화가 수학ㆍ과학 교육의 질 저하 때문임을 인식하고 이를 만회하는 데 국가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미국의 예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미 의회는 "학생들이 수학ㆍ과학 실력을 갖추지 못하면 미 역사상 처음으로 부모보다 가난한 세대로 전락할 것"이라는 경고를 내놓기도 했다. 미래 국가경쟁력 측면에서 우리의 사정이 더 다급함은 말할 나위도 없다.
대학들도 교육당국에 대해 불평만 할 처지가 아니다. 학생 모집에만 급급해 미적분도 물리ㆍ화학도 모르는 학생들을 마구잡이로 끌어들인 잘못이 있는 만큼 그들을 더 가르치고, 아울러 이제라도 공부할 자격을 갖춘 학생들을 선발한다는 원칙을 다시 세워야 한다. 중등 기초교육의 부실은 대학에도 큰 책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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