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후면 발렌타인데이다. 벌써부터 거리 곳곳에 초콜릿 선물 꾸러미가 즐비하고 그것을 구매하려는 인파가 붐빈다. 비록 추석과 설날이 한국의 가장 큰 명절이라고 하지만 요즘 한국의 젊은이들을 보면 1년 중 발렌타인데이와 크리스마스를 가장 선호하는 것 같다. 그야말로 학수고대한다.
오래 전부터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정성스레 선물을 준비하고 갖가지 이벤트를 마련한다. 풍선을 달고 촛불을 밝히고 꽃과 선물을 주는 것은 너무나도 보편적인 현상이 되어버렸다. 오히려 그렇지 못하는 사람이 이상하고 사랑이 부족한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 유난스런 기념일ㆍ이벤트 챙기기
또 연인이 생기면 처음 만난 날부터 시작해 30일, 50일, 100일, 200일, 300일, 1주년, 1,000일 등 기념일까지 챙기며 온갖 정성을 들여서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만든다. 뭔가 남다른, 기발하고 차별화된 이벤트를 만들기 위해 아이디어를 총동원한다.
거기에 예쁜 커플링과 멋진 프로포즈로 마무리하고 나면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그렇게 보면 한국인의 역사는 대개 이런 날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닐까 싶다. 요즘에는 중년 부부들도 배우자의 생일이나 결혼기념일에는 꽃다발과 선물은 물론, 외식이라든가 공연 관람 등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한다.
자식을 키우면서 누려보지 못했던 연애할 때의 기분을 늦게나마 다시 만끽하는 것이다. 지금은 그런 이벤트 광경을 목격해도 놀라지 않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지만, 한국에 처음 왔을 때는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의아할 지경이었다.
중국 사람은 한국 사람에 비해 대체적으로 보수적이어서 사랑을 표현하는 데 인색하며 사랑하는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중국엔 '무언이승사천언(無言而勝似千言)'이란 말이 있다. '말 없는 것이 천 마디 말보다 낫다'는 뜻이다. 말로 표현하기보다는 단지 사랑하는 사람이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중국 사람들도 외래문화를 접하면서 점차 바뀌고 있다. 특히 한국 드라마를 통해 한국 사람들의 가정적이고 사랑을 당당하게 표현하는 모습을 보면서 점차 변화해가고 있다. 요즘에는 중국의 젊은이들도 발렌타인데이 같은 기념일에는 연인에게 꽃과 선물 등을 주고 이벤트를 하는 추세다.
● 마음의 배려가 더 큰 사랑 아닐까
하지만 한국이든 중국이든 표현하는 것도 좋고,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하는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사랑하는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사랑하는 마음은 그 어떤 물질로도 대신 할 수 없다.
사랑하는 마음으로 진정 상대방을 위해 배려할 때만 그 사랑이 오랫동안 유지될 수 있다. 이벤트를 통해 받는 것에 익숙해지다 보면 혹여 나중에 한번이라도 그냥 지나치게 되면 서운한 마음이 생기게 되고 또 불화의 시작이 될 수도 있으며 정작 가장 소중한 상대방을 망각하기 쉽다. 또 외로운 솔로나 하루하루 먹고 살기 위해 바삐 살아가는 서민들에게 더 소외감을 주고 더 외롭게 할 수도 있다고 본다.
눈에 보이는 것보다 진정으로 상대방을 위해 배려하고 상대방의 모든 면을 포용할 수 있는 것이 더 큰 사랑이 아닐까.
차이쩐위ㆍ외대통역협회 중국어 통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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