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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의 경영학-대·중소기업 협력이 경쟁력이다] <5> 현대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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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의 경영학-대·중소기업 협력이 경쟁력이다] <5> 현대자동차

입력
2007.02.08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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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국시대. 조나라 통치자 간자(簡子)가 신하 윤탁(尹鐸)을 진양(晋陽)지방의 관리로 보냈다. 윤탁이 물었다. “어떻게 통치할까요. 잠사(蠶絲)입니까, 아니면 보장(保障)입니까.” 잠사란 누에고치에서 실을 뽑듯 세금을 징수하는 것, 보장은 울타리처럼 백성을 보호한다는 뜻. 간자가 말했다. “물론 보장이오.” 윤탁은 세금을 감면하고 선정을 베풀었고, 백성들은 간자의 덕을 칭송했다. 간자가 태자 무휼에게 말했다. “장래 조나라에 변고가 생기면 반드시 진양에 의거하라.”

간자가 죽고 무율이 즉위하자, 이웃 나라가 쳐들어왔다. 무휼은 유언대로 진양으로 피했다. 진양은 1년간 포위됐으나 진양 사람 누구도 불평 없이 싸웠다. 무휼은 마침내 적군을 물리치고 나라를 보전할 수 있었다.

2,500여년전 중국에서 벌어진 것과 유사한 일이 현대ㆍ기아차그룹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5~6년전부터 적극 추진한 납품업체와의 상생협력이 결실을 맺으면서, 현대차가 치열한 글로벌 경쟁을 헤쳐나가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경기 안산시 반월공업단지의 남양공업 제1공장. 300억원이 넘는 기계 장비가 하루 1만개 이상 자동차 브레이크 디스크를 생산하고 있었다. 그러나 생산라인에 배치된 인력은 단 두 명. 가공에서 연마, 자동측정 검사로 이어지는 복잡한 생산과정 대부분을 자동화 시설이 처리하고 있었다. 남양공업 최용국 이사는 “지난해 1,550억원, 올해 1,800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할 정도로 회사가 급성장한 것은 모두 현대차 덕분”이라고 말했다.

남양공업 도약의 발판이 된 자동화 설비는 2001년 현대차의 권유로 이뤄졌다. 최 이사는 “당시에는 생산라인마다 8명씩 배치돼 모든 일을 수작업으로 했다. 낮은 생산성과 높은 불량률로 고민하고 있었는데, 현대차에서 수 개월간 현장 점검을 한 뒤 직접 설비를 설치해줬다”고 말했다.

2001년 3,864ppm(100만개당 불량품 수)에 달하던 불량률이 지난해 1,000ppm 수준으로 떨어졌고 생산성은 30% 이상 높아졌다. 이 회사의 또 다른 주력 품목인 조향 장치도 불량률이 6년만에 10분의1 수준으로 떨어졌다.

현대차와 상생협력으로 품질을 인정 받은 남양공업은 2005년 ‘5스타’ 기업으로 지정됐다. 현대차는 ‘5스타’ 지정 업체에게는 대금을 전액 현금으로 결제하는 한편, 협력업체 기술진을 신형 차량 개발 단계부터 참여시켜 원가 절감을 꾀한다.

현대차에서 시작된 상생협력은 1차 협력업체인 남양공업을 거쳐 2, 3차 협력업체로까지 연결되고 있다. 현대차가 그랬던 것처럼, 남양공업은 60여개 납품업체에 품질 및 원가관리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최 이사는 “납품업체 지원효과는 평균 10배 정도에 달한다”고 말했다. 1,000만원을 들여 공정을 개선하면, 약 1억원 정도의 원가절감이 발생하며 원가절감 폭 만큼을 두 회사가 공유한다는 것이다. 그는 또 “최근에는 대금 결제기간도 과거에 비해 절반 이하로 줄였다”고 소개했다.

현대차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현대모비스도 국내 자동차 부품산업 발전을 위해 중소 협력업체의 해외 시장개척을 지원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해외네트워크를 활용해 바이어를 발굴하고, 현대모비스가 해외에 거미줄처럼 구축한 물류망을 통해 협력업체 부품을 해외 바이어들에게 공급하고 있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개별 협력업체들의 품질 경쟁력 향상이 궁극적으로 현대모비스는 물론 현대ㆍ기아차의 품질 향상으로 이어진다는 판단 아래 협력업체에 대한 아낌없는 기술 지원과 유동적 자금운영을 위한 다양한 상생경영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안산=조철환 기자 chcho@hk.co.kr

■ 현대차 상생협력 3원칙

현대차그룹의 상생협력은 크게 ▦협력업체의 핵심역량 강화 ▦협력업체의 경영안정 기반 강화 ▦글로벌 동반 진출 등 세가지 방향으로 동시 추진되고 있다. 시혜적 차원의 일방통행식 지원이 아니라, 협력업체 경쟁력을 강화함으로써 현대차도 생산성 향상 효과를 얻는 명실상부한 ‘윈-윈’ 협력을 추구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협력업체의 핵심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2002년 7월 ‘자동차부품산업진흥재단’을 설립, 매년 50억원을 출연하고 있다. 이 재단을 통해 현대차는 협력업체에 대한 경영컨설팅은 물론이고 품질관리 시스템 구축을 지원하고 있다.

협력업체 엔지니어가 현대차 그룹 본사로 파견돼 본사 기술진과 공동 연구하는 ‘게스트 엔지니어’(Guest Engineer) 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2006년에만 월평균 79개의 협력사가 361명을 파견해 신형 차종에 들어갈 부품 개발기간을 단축하는 등 적지않은 원가절감 효과를 거뒀다는 게 현대차 설명이다. 협력업체의 품질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해 품질 5-스타(품질체제 및 실적 평가), 기술 5-스타(기술수준 및 기술잠재력 평가) 제도도 운영 중이다.

기술개발을 독려하는 만큼 협력업체의 경영안정을 위한 자금지원도 강화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5월부터 1차 협력업체에 대한 납품 대금을 현금으로 지급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협력업체의 연구개발, 기계투자, 원자재 구매를 지원하기 위해 2조3,000억여원을 지원하였으며, 2007년부터 2010년까지 추가로 11조3,000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몽구 회장이 올해 신년사에 밝힌 ‘글로벌 경영안정’에도 협력회사를 적극 참여 시키고 있다. 미국과 중국 유럽 인도 등에 현지 공장을 가동하면서 총 120개의 국내 협력사를 동반 진출(중국 77개ㆍ인도 17개ㆍ미국 13개, 터키 3개사) 시켰다. 또 2000년 이후 협력회사와 함께 일본ㆍ미국에서 공동전시 및 상담 등 함께 수주 활동을 전개, 지난해까지 3억 달러가 넘는 수주실적을 올렸다.

2007년에도 현대차그룹의 상생협력은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상생협력의 효과가 2, 3차 협력업체에까지 확산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경영안전을 위한 지원 규모를 2조5,000억원으로 확대키로 했다. 또 현대차그룹의 구매력을 활용하여 421개사 협력업체와 1,200억원의 원자재와 부품을 공동 구매할 계획이다. 글로벌 인재양성을 위해서도 지난해 2만8,000여명이던 교육 인원을 올해에는 3만4,000명으로 확대키로 했다.

■ 현대차, 협력사 7,300여개… 부품구매액 年41조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협력을 굳이 학술적 용어로 포장한다면, ‘상법상으로는 별개로 운영되는 독립 회사들이 경제적 생태계의 상호 의존성을 기반으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상호 협력하는 것’으로 표현할 수 있다.

기업 생태계의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측면에서, 상생협력의 중요성은 자동차 산업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 자동차 산업이야말로 우리나라 주력사업 가운데 가장 전후방 연관효과가 크기 때문에, 일단 본 궤도에 오르기만 하면 국가경제에 강력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한국 경제에서 자동차 산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기준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최소 11%, 최대 20%다. 생산 측면에서는 75조원으로 우리나라 전체 제조업의 11%를 차지하며, 고용은 154만명으로 전체 산업의 10%를 점한다. 자동차 산업에서 만들어지는 부가가치는 28조원으로 제조업의 11%이며, 우리나라 국세의 17% 가량인 25조원이 자동차 관련 분야에서 나온다.

자동차 산업을 중심으로 형성된 생태계에서 살고 있는 기업의 수도 다른 산업보다 훨씬 많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지난해 말 현재 협력업체는 총 7,357개에 달한다. 2006년 중 현대차가 이들 협력회사로부터 구매한 각종 부품과 일반 소모품만 해도 41조원에 달할 정도다.

현대차 관계자는 “최근 환율하락 등으로 그 어느 때 보다 경영여건이 나빠졌다”며 “한국 자동차 산업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현대차와 협력업체의 협력의 폭과 깊이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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