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가 조직폭력배 출신 사업가 등에게서 골프 접대를 받은 사실이 드러나 사직했다. 서울동부지검 검사가 거짓 진술을 강요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가운데 나온 추문이어서 판ㆍ검사 등 법조계 인사들의 도덕성에 대한 비판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8일 전주지법 정읍지원 소속 A판사가 동료 판사와 함께 2001년 12월부터 2004년 7월까지 필리핀으로 1회, 제주도로 2회 골프여행을 다녀왔으며 경비 중 160여만원을 조폭 출신 사업가, 건축업자 등이 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당시 함께 여행을 갔던 동료 판사는 자신이 맡았던 사건의 피의자에게서 부적절한 접대를 받은 사실이 드러나 지난해 사퇴한 전주지법 군산지원 판사 3명 중 한 명이다.
A판사는 조폭 출신 사업가가 운영하는 술집에서 여러 차례 술을 마신 뒤 다른 사람에게 비용을 내도록 한 의혹도 받고 있지만, “그 술집을 이용한 적은 있으나 돈은 참석자들이 갹출해서 냈다”고 부인했다.
이 같은 내용의 첩보를 입수한 전주지검은 지난달 29일 법원행정처 윤리감사관실에 통보했으며, 감사관실은 조사를 거쳐 연수 목적으로 지난해 7월부터 독일에 거주하고 있던 A판사에게서 최근 사표를 받아냈다.
A판사는 “재판 등 업무와 관계없이 순수하게 친분을 나누는 사이였다”며 “조폭 출신인지 알지 못했고 골프를 친 것도 업무시간이 아니어서 문제될 게 없다”며 사표 제출을 거부했다. 하지만 대법원 측이 “법관으로서의 품위를 손상한 행위에 해당한다”며 조사에 나서자 결국 사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이 지난해 법조비리 대책으로 마련한 ‘법관의 의원면직 제한에 관한 예규’에 따르면 재직 중 비위를 저지른 판사가 형사처벌이나 징계처분을 피하기 위해 의원면직 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A판사의 비위 사실은 징계시효 2년이 지나 징계처분이나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어서 예규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대법원 관계자는 “징계 수위로 따지면 ‘경고’에 그칠 정도의 다소 경미한 사안으로 보이지만, 법관의 윤리 문제에 엄격히 대응한다는 의미로 사표를 수리했다”고 설명했다.
최영윤 기자 daln6p@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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