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정치적 라이벌인 쩡칭훙(曾慶紅) 부주석(권력서열 5위)에게 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직(서열 4위)을 제안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베이징(北京)의 고위 소식통을 인용해 8일 보도했다.
후 주석은 최근 쩡 부주석의 지지자들이 후 주석에게 국가주석직을 이양할 것을 요구하자 이같이 역제의한 것 같다고 이 통신은 전했다.
이 통신은 지난달 쩡 부주석측의 국가주석직 이양 요구는 올 가을 열릴 예정인 공산당 당대회를 앞두고 권력투쟁의 가열되고 있다는 신호탄으로 분석했다. 후 주석의 제의가 사실이라면 후주석 제안의 강조점은 ‘정협 주석직 제의’보다는 ‘국가주석직 이양 불가’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1949년 9월 공산당의 제의에 따라 설립된 정협은 공산당을 비롯한 8개 정당의 대표와 각 단체, 소수민족, 홍콩과 마카오 동포 등을 묶어 구성되는 정책자문기구로, 비공산당, 지식인 계층과 기업가들의 지지를 규합하는 통일전선 조직이다.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의 측근으로 상하이방(上海幇)으로 분류되는 쩡 부주석은 상하이방 일부세력과 태자당 세력의 좌장으로 당대회에서 후 주석과 경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홍콩의 일부 언론들은 쩡 부주석의 지지자들이 후 주석에게 국가주석직 이양을 요구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베이징 소식통들은 당내에서 한 사람이 더 이상 3개 직위를 모두 가질 필요가 없다는 목소리가 있다고 전했다. 3개 직위는 현재 후 주석이 맡고 있는 국가주석과 당 총서기, 군사위 주석직이다.
또 다른 소식통은 쩡 부주석의 지지자들이 50년대 말과 60년대 초의 권력분점 상황으로 되돌아갈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시 중국은 마오쩌둥(毛澤東)이 당 총서기를, 류샤오치(劉少奇)가 국가주석, 저우언라이(周恩來)가 총리, 주더는 중국의 의회격인 전인대 상무위원장을 맡고 있었다.
베이징=이영섭 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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