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장관들에 대해 "아침 점심 저녁을 서울에서 먹고 오페라도 서울에서 보는 사람들"이라고 비난조로 지칭했다. 그제 안동에서 열린 2단계 국가균형발전정책 대국민보고회에서 지방발전을 강조하며 한 말이다.
노 대통령에 따르면 우리 장관들은 또 "서울에서 살며 서울의 일류대학을 나온 사람들"이다. 장관들은 서울이라는 특권적 중심지에서 남다른 지위와 생활을 누리면서 지방을 도외시하고 사고방식도 국민 일반과는 다른 특권 계급에 속한다는 의미가 담긴 말이다.
액면으로만 보자면 대통령은 평소 각료들에게 생소한 이질감과 거리감을 갖고 있었던 셈이다. 그런 내심의 표출인지, 연설을 하다 보니 동원된 수사의 차원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어느 경우든 대통령의 말로 국민이 듣기에 참으로 거북하고 민망하다. 내각은 자신이 임명해 국정을 논의하고 책임도 함께 지기로 한, 말하자면 같은 팀인데, 갑자기 팀 멤버들을 '우리와 다른 저 사람들'이라는 식으로 공개적으로 손가락질한 셈이다.
노 대통령은 자신이 지방 발전을 위해 노력했다고 주장하면서 "내 마음대로 하지 못한 일들이 많다"고 말했다. "난데없는 헌법이론이 나와 행정수도가 행정도시로 반쪽이 됐다"고, 행정수도 이전이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에도 정면으로 이의를 표했다.
또 서울의 일부 언론을 거론하며 "균형발전에 대한 강력한 저항전선이 존재하니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서울과 지방 간 대립을 부추기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그에 따르면 장관들이야말로 국가 시책의 핵심 저항 세력이다.
이런 말에는 지방 균형발전을 위해 '나 홀로' 애쓰는데, 주변의 장애들 때문에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메시지가 잔뜩 깔려 있다. 일부 타당한 측면이 있겠으나 강하게 남는 인상은 특유의 '네 탓'이 되풀이됐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번엔 장관들까지 비판의 재료로 삼고 있으니 어이가 없다. 노 대통령은 서울 사는 장관들이 "지방에 관해 무엇을 알겠느냐"고 했다. 대통령의 이런 말을 듣고 절대 다수가 '서울 사람'들인 장관들이 어떤 생각을 할는지, 일할 맛이 날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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