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유력 대선주자들이 잇달아 야심찬 성장률 공약을 내놓고 있으나 속을 들여다보면 공허하기 짝이 없다. 16대 대선에서 "상대후보가 6%를 제시하기에 약이 올라 7%를 제시했다" 는 노무현 대통령식의 빈말이 그대로 재연되는 양상이다.
노 대통령이 집권 4년의 연평균 성장률 4.2%를 "선진국 클럽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 중 7위"라며 공치사한 것에 실소를 머금지 못했던 국민들은 대선 주자들의 뻥튀기 공약에 또 한번 실망한다.
박근혜씨는 엊그제 "현재 5%에도 못 미치는 성장잠재력을 7%로 끌어올리겠다"며 국가기강 확립, 규제 철폐, 대외 신뢰도 제고, 외교ㆍ안보역량 강화 등을 실천전략으로 제시했다.
'근혜노믹스'라는 국적 불명의 이름을 붙인 이 공약은 "법과 질서만 제대로 지켜도 성장률을 1%포인트 올릴 수 있다"는 국토개발원(KDI) 자료 등을 근거로 제시해 제법 그럴싸한 것 같지만, 찬찬히 뜯어보면 당혹감이 앞선다. 희망과 자신감을 불어넣겠다는 취지 자체를 나무랄 필요는 없겠으나, 구체적 액션 프로그램을 결여한 채 개발독재 시대의 '하면 된다'는 식의 단순 논리로만 구성된 약속은 듣기에 거북하다.
이명박씨 진영도 박씨에 못지않은 성장률 공약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선거라는 게임의 특성 상 말은 인플레되기 마련이고 '일단 지르고 보자'는 유혹을 떨치기 힘든다.
손학규씨는 "아무리 짜봐도 실현 가능한 성장률은 6.4%밖에 안 되더라"며 박씨와 이씨의 경제공약을 '국민기만'이라고 비판했으나 발상이 '오십보 백보'이긴 매 한가지다. 한 시민단체가 "입은 예리했으나 눈과 귀는 침침했다"고 현 정권을 비판했다는데 그 짝이 나기 십상이다.
유력 대선주자들에게서 듣고 싶은 것은 "꿈을 먹고 살자"는 얘기가 아니다. '좌파 신자유주의'라는 해괴한 이론으로 시장을 왜곡하고 투자와 소비를 모두 얼어붙게 한 참여정부의 실정을 파헤치고 국민의 고통분담을 끌어낼 수 있는 정책대안이 나와야 한다. 국민은 이미 대선주자들의 머리 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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