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천량위(陳良宇) 상하이(上海)시 전 당서기의 구속을 기점으로 지금까지 이어지는 상하이 고위 관리 숙정작업과 이것이 낳은 파장은 ‘상하이식 성장 모델’의 종언일 수 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6일 분석했다.
이 신문은 1980년대 후반부터 중국인에게 성장의 꿈을 불어 넣고 외국 투자자들을 스폰지처럼 빨아들인 상하이에 대한 사정을 “‘상하이주식회사’에 대한 중국 중앙 정부의 기소”로 평가했다.
이 신문은 상하이식 모델에 대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재정을 거대 건설 프로젝트에 투입하고, 가용자원을 외자유치 및 산업 개발에 투자하는 한편 막강한 지방 권력자들에게 개발의 막강한 권한을 부여해 진행되는 불도저식 성장이라고 규정했다. 상하이시 전체가 ‘주식회사’라는 것이다.
시 사회보장기금을 불법 대출해준 천 서기의 구속을 계기로 지방권력자의 막강한 경제관련 권한을 중앙이 거둬들이면서 지하철 확장 사업과 같은 대형 건설 프로젝트가 멈춰서고 부동산 개발 열기가 식는 등 상하이식 모델이 작동하지 않는 결과를 초래했다.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의 중앙정부는 칭다오(靑島) 등 다른 도시로 고위직 독직 사건 수사 전담 조사관들을 대거 파견했다. “원숭이를 겁주려면 닭을 죽여라”는 중국 속담처럼 천 서기를 본보기로 하면서 지방 지도자들은 물론 외국 투자가들에게 상하이 방식의 성장이 더 이상 중국 정부의 우선 순위에 있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같은 분석은 후 주석이 2005년을 기점으로 성장 일변도에서 성장과 분배의 적절한 조화를 추구하는 노선으로 전환하면서 도시와 농촌간, 연해지역과 내륙지역간, 저소득층과 고소득층간의 빈부격차를 해소하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는 측면에서 어느 정도 타당하다.
자원과 외자가 몰리는 상하이의 과열 경기를 억제하려는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와 상하이시의 개발을 멈추지 않으려는 천 전 서기가 거시경제 조정 문제를 놓고 언성을 높이며 논쟁했던 것도 이런 맥락이다. 제후로 불릴 만큼 막강한 지방권력자의 비호하에 지방 경제발전만을 우선시하는 지역주의가 더 이상 힘을 얻을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특히 지방 권력의 과도한 경제 장악력은 천 서기 사건을 통해 어느 정도 완화할 것으로 보인다.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을 정점으로 하는 상하이방의 핵심인사였던 천 전 서기는 막강한 인ㆍ허가권과 개발권을 손에 쥐고, 상하이 산업의 45%를 장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천 전 서기와 그 주변에서 부패의 그늘이 커졌음은 물론이다.
물론 천 전 서기 사건이 본질적으로 후 주석과 상하이방 간의 권력투쟁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상하이식 모델 쇠퇴는 결과론적 분석일 수 있다.
천량위 사건 이후 상하이시는 무역금융 특구로 지정돼 온갖 혜택을 입는 톈진(天津)에 밀리고 부동산 개발붐도 가라앉으면서 당분간 화려한 영광의 빛을 잃을 것이 분명하다.
베이징=이영섭 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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