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여권 통합신당 추진의 주도권은 누가 쥐게 될까. 열린우리당에 남은 인사들이나 떠난 인사들 모두 “통합신당만이 살 길”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정치 생명을 걸고 우리당 잔류나 탈당을 선택한 만큼 신당 창당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치열한 싸움은 불가피하다.
우리당과 탈당파 그룹들은 6일 일제히 기자회견을 열어 신당 추진의 명분을 선점하기 위한 각축전을 벌였다. 우리당은 2ㆍ14 전당대회를 통한 ‘질서 있는 통합신당’을, 전날 집단 탈당한 실용파는 ‘중도세력 결집’을 각각 주장했다. 또 다른 탈당파인 친(親)천정배 그룹은 민생개혁 정치에 방점을 뒀다.
여권이 통합신당이라는 공동 목표를 갖고서도 우리당과 실용 탈당파, 개혁 탈당파 등으로 3분 됐지만 당분간 신당 추진의 주도권 경쟁이 정치노선이나 정책 경쟁을 통해 구체화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김한길ㆍ강봉균 의원을 중심으로 한 실용 탈당파 의원들도 부동산 정책 후속 입법 등에서 기존의 우리당 당론을 지지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대신 정치권 외부세력과의 연대 추진 성과가 주도권 경쟁의 바로미터가 될 가능성이 높다. 여의도 인맥 중심의 이합집산만으로는 신당의 동력을 확보할 수 없음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당이나 탈당파들 모두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과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 등의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고, 진보적 시민사회세력의 결집체인 ‘미래구상’과의 끈을 만드는 데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나라당에 맞설 유력 대선주자가 부상하지 않은 만큼 외부의 잠재적 대선주자를 등에 업는 순간 신당 창당의 일등공신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당과 탈당파들은 신당 추진 경쟁에 앞서 해결해야 할 난제들을 안고 있다. 우리당은 무엇보다 2ㆍ14 전대를 성공적으로 치러내야 한다. 또 ‘우리당 중심주의’에 대한 우려도 불식시켜야 한다. 정세균 의장 후보가 “우리당에 집착하지 않고 타 정파 및 시민사회세력과 함께 대통합 신당을 신속하게 추진하겠다”고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12일 원내교섭단체 등록 계획을 갖고 있는 실용 탈당파는 의미 있는 정치세력으로 인정 받는 게 첫번째 과제다. 김한길 의원이 이날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여권후보 영입론이나 ‘4년 연임제’ 개헌 추진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피력한 데에는 여당과 한나라당 사이에서 독자적 세를 확산하면서 캐스팅보트를 행사하겠다는 구상이 담겨 있다. 개혁 탈당파 역시 7명에 불과한 의원 수를 더 늘리지 못할 경우 자기 목소리를 내는 데 있어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
한편 열린우리당 유선호(전남 장흥ㆍ영암) 의원이 8일 개별적으로 탈당하기로 하는 등 후속 탈당이 이어질 것으로 알려졌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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