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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 회장직에 조용한 출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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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 회장직에 조용한 출사표?

입력
2007.02.08 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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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호 회장의 3연임 포기로 공석이 된 전국경제인연합회 차기 회장 후보로 거론되는 주요 그룹 총수 진영에서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아직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곳이 나타나지는 않고 있으나, 일부 그룹을 제외하면 명백한 거부 의사를 표시하는 곳도 많지 않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조건호 전경련 상근 부회장이 6일 강 회장 연임 포기를 발표하면서, '2주후에는 회장 선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며 "재계 의견수렴 과정에서 '강 회장이 포기하면 맡을 수도 있다'는 그룹이 나왔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7일 한국일보가 해당 그룹 총수가 차기 전경련 회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주요 그룹의 공식 입장을 확인한 결과, 당초 알려진 것과는 달리 명백한 거부 의사를 밝힌 곳이 많지 않았다.

효성(조석래 회장), 한진(조양호 회장), 대림산업(이준용 회장)은 총수의 의사를 직접 확인한 것은 아니라고 전제하면서도, "회장께서 강력한 거부 의사를 표시하지는 않고 있다"고 밝혔다.

효성 관계자는 "조 회장은 영어와 일어에 능통하고 전세계에 걸쳐 재계 인맥이 두터울 뿐만 아니라 71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왕성한 활동을 펴고 있어, '재계 총리'로서는 손색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 동안 회사 경영에 충실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하기는 했으나, 강 회장이 3연임을 포기한 뒤에도 그런 생각을 갖고 계신지는 알 수 없다"며 여운을 남겼다.

특히 강 회장 퇴진 후 모든 회장들이 손사래를 칠 경우 회장단 중 연장자가 회장을 맡기로 한 전경련 정관에 따라 조 회장이 유력한 후보로 부상하고 있다.

한진그룹도 "회장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아무도 알 수 없다. 확실한 것은 가부에 대해 아무런 의견도 내비치지 않았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대림산업 관계자도 "이준용 회장이 어떤 생각이신지 아무도 모르니 답변해 드릴 수가 없다"고 말했다.

반면 한화(김승연 회장)와 금호아시아나그룹(박삼구 회장)은 비교적 명쾌하게 '총수가 회장직을 고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화 고위 관계자는 "김 회장은 2007년을 '글로벌 한화'의 원년으로 삼아 그룹 CI 교체, 해외 임원 회의 주재 등 회사 경영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어 대외 업무를 맡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금호아시아나도 "대우건설과의 화학적 융합 등 경영 현안이 너무 많아 전경련 회장을 맡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재계에서는 '양보의 미덕'을 중시하는 한국적 풍토에 따라 주요 그룹 총수들이 강 회장이 3연임을 추진했을 때에는 모두 고사 입장을 밝혔으나, 강 회장이 연임을 포기한 만큼 입장이 달라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 관계자는 "최근 영향력이 약화하기는 했으나, 재계를 대표하는 전경련 회장직은 기업인에게는 영예로운 자리"라고 말했다. 전경련 회장은 대통령을 비롯해 정부 최고위직과 만나 국정 전반에 걸쳐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수 있고, 대통령의 해외순방 수행 등으로 매년 10여차례 이상 VIP로서 외국을 방문하는 등의 특전을 누린다.

어쨌든 재계 분위기가 강 회장 연임 포기 이후, '인물난'으로 차기 회장 추대가 어려울 가능성은 희박하며, 새 회장 추대가 가능하다는 분위기로 급반전되고 있다.

조철환 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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