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적으로 소득 양극화 현상이 더 심각해지고 있는 원인은 무엇일까.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6일 수많은 잠재 요인들 가운데 단연 기술혁신을 꼽았다.
버냉키 의장은 이날 미국 네브라스카주 오하마 상업회의소가 주최한 행사에서 “소득 양극화가 악화하고 있는 상황은 정치ㆍ경제 부문에서 심각한 도전을 야기하고 있다”며 자유무역과 세계화의 부작용에서부터 기업 최고경영자들의 과도한 성과급에 이르기까지 현재 거론되는 요인들을 설명한 뒤 이 같은 시각을 밝혔다.
그는 “새로운 기술에 따라 고도로 전문화한 노동자들의 생산성이 그렇지 못한 사람들 보다 훨씬 더 많이 증대된다면, 전문 노동자들의 실질 임금도 더욱 빨리 상승하는 쪽으로 시장이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버냉키 의장은 이런 관점에서 소득 양극화 대책도 “노동자 교육, 직업훈련, 전문성 향상 등에 초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노동시장이나 자유무역에 대한 규제를 통해 소득 양극화를 줄여보려는 민주당의 접근법을 경계한 것으로 풀이된다.
2005년 미국의 전체 가구소득 가운데 연소득 10만3,100달러 이상인 고소득 가구가 차지한 비중은 48.1%로 10년 전 46.5% 보다 높아진 반면, 연소득 4만5,000~6만8,300달러인 중산층 가구 비중은 15.3%로 10년 전 15.8% 보다 줄었다.
기술혁신이 생산성의 불균등한 증대로 이어진다는 버냉키 의장의 분석은 앨런 그린스펀 전 FRB 의장의 입장과 맥을 같이 한다. 그린스펀 전 의장은 1990년대 후반 미국기업들이 생산요소(자원ㆍ노동)를 늘리지 않고서도 많은 이익을 올릴 수 있었던 비결로 기술혁신을 꼽았다.
뉴욕=장인철 특파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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